수도권 공화국의 신도시, 그리고 벚꽃엔딩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남쪽에서부터 봄을 알려온 벚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진다. 짧은 봄날이 그렇게 하나둘씩 우수수 떨어진다. 연일 나라를 뜨겁게 한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을 바라보며 정의와 공정성이 무너진 데 대한 울분과 함께 또 다른 허탈감이 밀려온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는 일명 ‘벚꽃엔딩’이 어찌 대학만의 운명일까. 사람과 재화가 한곳으로 몰리는 수도권 공화국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방 도시의 현실을 보는 막막함이다.

인구절벽 시대,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심각한 불균형 속에서 지방의 몰락을 부추기는 수도권 신도시 정책에 대한 의문이 다시 든다.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에 도시는 딱 2개뿐이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이다. 서울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권을 어쩌다 벗어나면 지방의 제법 큰 도시에조차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지방 출장, 지방 여행, 지방 발령, 지방대학 등으로 싸잡아 칭하면 더 묻는 사람도 없다.

인구 자연감소에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지방은 말라가는 개천 신세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생존의 위기감은 더 커진다. 내 고장을 살려야 한다며 인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되레 지역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고장 밖으로 밀어내는 데 공을 들인다. 그리고 이를 ‘지역 인구 늘리기’ 정책이라며 홍보한다. 지역의 학생들을 수도권 대학으로 보내기 위한 지원 정책이 있어야 자녀를 둔 부모가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는 서글픈 해명이다.

‘교육 문제로 인한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부 자치단체는 거액의 세금을 들여 공립학원을 운영하기도 하고, 서울지역 유명 학원 강사를 학교로 불러들여 입시교육을 하기도 한다. 공교육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져 뭉개졌다. 하긴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명제 앞에 그 어떤 가치를 들이밀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정책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인구 논리에 매몰되면서 지역사회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정부는 결국 불균형만 키웠다. 수도권 위주의 국가 운영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현 정권에서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말뿐인 구호조차 듣기 힘들다.

 최근 불거진 신도시 땅 투기 의혹사건과 관련해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지방소멸이 예고된 이 시점에 왜 수도권 팽창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서울의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도시 정책이 먼저일까, 아니면 지방의 몰락을 막는 균형발전 대책을 찾는 일이 우선일까. 정부의 선택은 분명했다.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은 부동산 투기 적폐 문제로 마무리하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충 대책을 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버텨온 농촌사회는 이제 생존의 한계점에 와 있다. 지방이 활력을 잃고 결국 소멸한다면 국가도 지속가능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방 차원에서 그동안 추진한 인구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진정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 운영 기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수도권의 자기장을 줄여 지방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를 위해 이제는 서울(수도권) 사람들이 기회비용과 상대적 불이익·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