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인사자료 논쟁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인사를 앞둔 공직사회는 예외없이 긴장감에 휩싸인다. 특히 승진 대상자들은 발표 때까지 숨막히듯이 속이 타들어간다. 승진이야말로 직장생활하며 최고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그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더라도 이 순간 만큼은 충분하게 보상받은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사철만 되면 숱한 하마평이 떠도는 가운데 학연·지연을 통한 연줄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민선 이후 각 기관 단체장의 인사 스타일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오거나 함께 일한 사람을 대체로 선호한다. 여기에다 선거 캠프에서 고락을 같이 했으면 전리품(?)을 나누려고 ‘자리’로 품앗이한다. 인사 때마다 측근 인사·보은 인사 등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 장악과 차기 선거를 겨냥한 이중적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가끔 도청 주변에선 송하진 지사가 동문인 고려대 출신을 유독 챙긴다고 꼬집는다. ‘불통 이미지’ 김승환 교육감도 편중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지 세력인 전교조 출신의 파격 발탁이 대표적이다. 김승수 시장의 경우는 김완주 사단 인맥의 데자뷔이자 도돌이표 인사라고 시선이 곱지 않다.

몇 년 전 도청과 전주시청 안팎에서 널리 알려진 애기다. 과장급인 사무관의 성격이 너무 곧고 직선적이어서 의회·기자와 맞서 종종 마찰을 빚었다. 그가 미운 털이 박혀 인사 불이익을 받은 건 짐작한대로다. 하필이면 시장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직원들 한테는 이 간부가 베스트로 뽑힐 정도로 평가가 호의적이었다. 바람막이 역할은 물론 업무 처리능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결국 그는 나중에 구청장은 물론 3급까지 승승장구했다. 반면에 상상을 초월한 성실함으로 요직에 임명돼 억세게 관운이 좋다는 이도 있다. 단체장의 사적 일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행차 장소에 어김없이 나타나 그림자 보좌를 하기 일쑤다. 절대적 신임을 받아 퇴직 후에도 잘 나가는 자리를 꿰차면서 주위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일 전북공무원노조가 발표한 간부공무원 ‘베스트·워스트’ 설문조사에 뒷말이 많다. 매년 발표할 때마다 설왕설래는 있지만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인기 투표라고 폄훼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직원들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는다. 조사는 4개 항목, 13개 지표로 나눠 직업윤리·업무능력 등을 검증했다는 것이다. 6급 이하 대상자 80% 이상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인사자료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공동체 구성원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부자연스런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사실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직된 조직을 바꾸려는 노력은 눈에 띈다. 때아닌 논쟁이 아니더라도 모처럼만에 공직사회의 활력을 느낄 수 있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