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태권도’를 걱정한다!

황인홍 무주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경제, 외교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에 밀리는 상황을 빗대 ‘샌드위치 한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러한 양상은 스포츠 분야인 격투기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태권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는 중국의 우슈와 일본의 가라테가 ‘타도! 태권도’를 외치며 태권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국력과 거대 자본을 앞세워 우슈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려는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7년 IOC 본부를 방문해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환담하고 세 명이나 되는 중국 측 IOC 위원들은 물밑에서 활발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세계 최강대국이 배출해 낸 올림픽 정식 종목이 전혀 없으니 애가 탈 법도하다.

일본의 가라테는 올해 도쿄 올림픽에 한해서지만 정식 종목으로 일단 채택됐다. 태권도는 200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총회 올림픽 종목 유지를 위한 투표에서 과반수보다 2표를 더 받아 겨우 살아남았다. 종목을 유지하려면 IOC집행위원의 과반 이상, 신규 채택의 경우 3분의 2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가라테는 비록 탈락은 했어도 득표수에서는 태권도를 앞질렀다. 올해 열릴 IOC 집행위원회와 총회에서 2028년 LA올림픽의 정식종목이 결정되는데 채택도 과반수로 바뀌었으니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미국의 유력 일간지는 태권도를 두고 ‘발로 차는 스포츠로는 이미 축구가 있지 않은가’라고 일갈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태권도의 정신, 가치, 이념, 역사 등도 모르고 ‘발로 차는 경기’로만 조롱한 것이다.

국내 환경과 여건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대학의 태권도 학과 개설 수와 입학 정원은 2009년 60개 대학에 3168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28개 대학 1180명 수준으로 불과 10년 사이에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정부에서는 태권도를 ‘21세기 국가 전략 상품화’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태권도 문화 콘텐츠화’를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발표된 제5차 국토 종합계획에서는 ’무주를 태권시티로 조성해 국제 성지를 완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태권도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 진정한 지략은 닥쳐올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번영은 준비하는 국민에게만 온다. 태권도 속에 내포된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태권도 성지 무주가 국립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다. 태권도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데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가 제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는 전 세계 태권도인들을 입학생으로 받아 글로벌 태권도 지도자이자 평화의 사절을 육성하는 대학원대학 개념의 전문 교육기관이다. 국익 창출과 국가경쟁력 강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기회이자 태권도 위상 강화에 꼭 필요한 사업이요, 세계로 뻗어나갈 태권도 문화고속도로인 것이다.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라고 하는 탄탄한 기초 위에 완성될 태권도의 올림픽 영구종목화가 이뤄지길 고대해본다. /황인홍 무주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