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도시’ 미래를 여는 전주

전주시가 책이 시민들의 삶의 중심이 되는 ‘책의 도시’로 나아갈 것을 선포한 것은 시민들을 위한 독서 휴식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책 놀이터를 대거 확충해서 시민들의 삶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시민들이 출판의 도시였던 기억을 되살려 스스로 책을 만들고, 생활 속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는 미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과 함께 놀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도시, 책의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도서출판문화를 주도하는 도시로 나아가기로 했다.

 

도서관, 시민 삶의 중심

‘책의 도시’ 선포는 전주시가 시민들이 책으로 소통하고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서관을 시민들의 삶의 중심 터전으로 만들어 누구나 언제든지 책을 읽거나 쓰고,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시는 전국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활용해 시민 모두가 독서문화를 편리하게 즐기고 책과 가까이 생활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책 놀이터를 확충키로 했다. 동시에 권역별 공·사립 작은도서관을 주민 화합과 소통을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도 꾸준히 전개해 도서관을 삶의 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시민들이 도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서관에서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접하고 삶과 영혼을 윤택하게 가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책과 가까워진 시민들은 독서의 소비자에서 생산자·창작자로 성장할 기회도 주어진다. 도서관을 거점으로 시민 독서토론회, 온라인 독서모임, 독서동아리 등을 통해 성장한 시민들은 책을 만드는 작가도 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시는 지역출판사와 동네서점, 독립서점에 활기를 불어넣고, 쇠퇴일로에 놓인 동문 헌책방거리도 되살려 책과 독서를 기존의 ‘문화’ 개념에서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과 ‘전주 독서마라톤 대회’를 연중 전개하고, 영유아에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애주기별 독서문화 특화프로그램도 운영해 단 한 사람의 시민도 독서에서 소외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원도서관과 길도서관 등 이색적인 도서관과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카페형 서점, 큐레이션 서점, 커뮤니티 서점 등 매력적인 책 공간을 마련해 책을 만나고 독서를 위해 ‘가보고 싶은 책 여행도시’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곳곳에 책 놀이터·이색도서관

재개관한 삼천도서관 내부 모습.

전주가 책의 도시임을 자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시민들이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다양한 책 놀이터와 이색도서관을 만드는 등 도서관의 혁신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수한 공공도서관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주역인 아동·어린이·트윈세대·청소년 등 시민 모두가 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모든 시민이 책과 가까이 생활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책 놀이터도 확충했다.

삼천도서관의 경우 2001년 개관 이후 열람실 중심의 공부하는 도서관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어린이의 상상력이 샘솟는 창의적인 책 놀이터인 개방형 창의도서관으로 탈바꿈됐다.

지난 2019년 12월 전주시 12번째 시립도서관으로 문을 연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은 전북지역 시립도서관 중 최초로 학습실 없는 도서관으로 조성돼 어린이 등 모두가 눈치를 보지 않고 책과 함께 웃고 놀 수 있는 책 놀이터로 만들어졌다.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 내부 전경.

자연 속 도서관인 평화동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자연경관을 벗 삼아 시(詩)를 즐기고 창작도 해볼 수 있는 도서관이고, 독립출판 전문도서관으로 변화중인 완산도서관 3층에는 자작자작 책 공작소가 마련돼 단순히 책을 읽는 도서관에서 책을 쓰고 만들 수도 있는 곳이 됐다.

이와 함께 전주역 앞 첫마중길에는 빨간 컨테이너 형태의 건물에 전주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이 전시된 여행자전문도서관인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폐산업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팔복예술공장에는 그림책전문도서관인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이 들어섰다. 앞서 많은 시민들이 찾는 시청 로비도 책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책기둥도서관으로 탈바꿈됐다.

이밖에 아중호수 산책길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색도서관이 조성될 예정이며, 예술전문도서관과 정원도서관 등 특색 있는 도서관을 도시 곳곳에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미래를 여는 도시 전주

15일 오전 전주시 삼천동 삼천도서관에서 진행된 ‘책의 도시 전주’비전선포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는 서울·경기의 경판본과 함께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이끌었던 완판본을 찍어낸 출판문화의 도시였다. 동시에 임진왜란 당시 사라질 뻔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도시, 가장 우수한 종이인 전주한지가 생산되는 기록문화의 도시였다. 전주는 우리나라에서 인구대비 도서관 비율이 높은 도서관 도시이기도 하다. 또 대한민국 지방정부 최초로 인문주간을 선포하고, 해마다 독서·출판문화 축제인 전주독서대전을 열고 있다.

이러한 전주시가 이제는 시민들이 책을 읽고, 책과 놀고, 책을 쓰고 직접 판매하는 독립출판문화의도시, 책과 함께 여행하는 도시, 동문거리를 중심으로 헌책문화가 살아있는 도시, 책과 관련된 독서출판문화산업을 키우는 진정한 책의 도시를 꿈꾸고 있다.

특히 그간 조용한 학습실 분위기 위주의 공공도서관부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읽고 뛰놀 수 있는 장소로 바꿔,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고 미래세대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전주는 과거 전라감영에 한지를 만들던 지소(紙所)와 책판을 인쇄하고 책을 만들던 인출방(印出房)이 있었고, 이곳에서 다양한 한글소설이 출판됐다. 당시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이 있어야 했고, 책의 뼈대가 될 목판이 필요했다. 또 목판이 될 나무를 키우는 사람, 나무를 다듬을 사람,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사람, 그 글자를 새길 뼈대인 글씨를 쓰는 서예가, 종이(한지)를 만드는 장인, 먹을 만드는 장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되살려 시는 도시 곳곳에 주민 삶의 중심지인 도서관을 확충하고, 이곳에서 책을 접하는 시민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바꿔 더 큰 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

15일 전주시 평화동 학산 도서관 개관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만나는 공동체의 거점공간이자, 내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소, 미래 주역인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 모험심을 키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책 놀이터를 확대하고 곳곳에 다양한 이색 도서관을 조성해 도시의 미래를 바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