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감옥

강연호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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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부부의 가식 없는 실체를 본다.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남편이 짊어지고 갈 슬픔의 무게가 알만큼인지, 혼자 마신 술잔을 감당해내는 힘은 있는 건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힘은 까닭도 없이 밀려오는 내부에 파도치는 격랑이 아닐까. 갑자기 안식처를 잊고 바람처럼 방황하고 싶을 때가 있다. 꼼짝달싹 못 하게 갇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가 있다. 마음이 묶인 감옥에서 울어 본 사람은 안다.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감옥에서 산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