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해결했다고 하지만 아직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차후 민사소송 등을 통해 이들의 피해도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00억대 태양광 사기사건을 해결해 국가수사본부 수시 특진이 예정된 박재남(55·경위) 전주덕진경찰서 수사심사관의 말이다.
박 수사심사관은 지난해 2월 전주덕진경찰서 경제팀장으로 근무했을 때 첫 태양광 사기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받았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분양해준다고 해서 분양대금을 입금했는데 약속한 기일까지 태양광 시설도 완공해주지 않고. 돈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의 고소·고발장은 계속해서 접수됐다. 최초 고소장 접수 이후 석달 뒤인 5월, 경제팀원들에게 배당된 태양광 사기사건은 무려 127건이었다.
그는 단순 사기사건이 아라고 직감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박 수사심사관은 전주의 한 태양광 업체 대표 A씨(53)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만 3번.
그는 “수사초기에 정상적인 업체에 무리하게 수사기관이 개입해 더 큰 피해를 양상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내부 제보자로부터 “전국의 태양광 부지에서 단 하나도 시설도 완공하지 못했고, 태양광 분양대금으로 직원들끼리 아파트를 샀다”는 등의 첩보가 끊이지 않았다.
하나하나 파해치기 시작한 박 수사심의관은 끈질기게 수사를 이어갔고 기어코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수사가 절정에 이를 무렵 그는 수사심사관으로 발령이 났다. 모든 사건을 놓고 가야하는 상황에 그는 “제가 이 사건을 끝까지 마치겠습니다”라며 수사를 이어갔다.
그는 “경제팀원들 한명 한명이 처리하는 사건이 수 십여건”이라며 “막대한 분량의 사건을 팀원들에게 준다면 업무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박 수사심사관이 검찰에 넘긴 사건기록만 3만 페이지, 30박스나 된다. 사건을 해결한 후 그는 국수본으로부터 어려운 사건해결을 인정받았고, 경감 특진이 예정되어 있다.
박 수사심의관은 “사건해결에 대한 욕심도, 승진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면서 “그저 후배들에게 업무부담을 주기 싫었고, 피해자들만 생각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부안 출신인 그는 전주해성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후 1999년 전북청 첫 조사특채(경장)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익산서 조사계, 덕진서 여성청소년 수사계, 덕진서 지능범죄수사팀을 거쳐 쭉 덕진서 경제팀에서 근무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