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이스케끼는 아이들에게 여름철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무더위 속에 아이스케끼 장사가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동전이 없으면 집에 있는 놋수저나 그릇 등 돈이 될만한 물건을 가져다가 아이스케끼와 바꿔 먹고 부모님에게 혼쭐나던 추억이 생각난다. 내다 줄 만한 물건이 없으면 아이스케끼를 사 먹는 친구 옆에 바짝 붙어서 “한 번만 빨아보자”며 어르고 졸라서 한 입 크게 베어 물곤 도망치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아이스케끼는 설탕이나 사카린 탄 물에 팥가루를 넣어 얼린 단순 가공식품이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군것질거리가 없었던 터라 아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던 때라 아이스케끼를 먹고 가끔 배탈이 나기도 했다. 정부에서 식품 안전을 위해 식품위생법이 제정되고 빙과류 식품 규격 기준이 마련된 뒤 무허가나 소규모 아이스케끼 업자들은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아이스케끼는 얼음을 의미하는 ‘아이스’와 ‘케이크’를 의미하는 일본어 ‘케끼’의 합성어다. 어른들은 ‘물 뼈다귀’라고도 불렸다. 전성기는 1950~ 60년대였지만 신문 기록을 보면 1930년대에도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지면 보도를 보면 도시마다 아이스케끼라는 괴물이 등장해서 어린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스케끼는 이후 빙과류인 ‘하드’와 아이스크림으로 나뉘었지만 법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유지방 함량에 따라 6% 이상일 땐 ‘아이스크림’ 2%에서 6% 사이일 경우엔 ‘아이스밀크’, 2% 미만은 ‘샤베트’로 불린다. 빙과류에는 유지방이 없다. 계절에 따라 판매량 차이도 커서 여름철엔 빙과류가 많고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겨울철에 판매비율이 높다. 제품을 관리하는 정부기관도 아이스크림은 축산물인 원유 또는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하기에 농림축산식품부, 빙과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맡는다.
얼마 전 한 빙과업체에서 추억의 아이스케끼를 새롭게 선보여 보름 만에 200만 개가 팔렸다. 최근 유행하는 뉴트로 콘셉트를 적용한 아이스케끼가 대박조짐을 보였다. 빙과업계에서는 보통 신제품 출시 일주일 기준 100만 개 이상 팔리면 시장반응이 좋은 것으로 분석한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면서 복고적인 아이스케끼가 올 여름 빙과시장에 관심을 끈다. 추억의 아이스케끼로 장기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우울감을 잠시나마 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