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시인 20명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정일남 시인이 펴낸 <명작에 얽힌, 시인들의 일화와 생애> (다시올)이다. 명작에>
‘자기 영토를 점유한 모국어를 사랑했던 시인들’을 부제로 한 이 산문집은 한용운, 박목월, 박인환, 천상병, 서정주, 윤동주, 신석정, 김소월 등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삶을 다양한 일화와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시인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며 시 구절 속에 숨은 의미와 삶과 연계된 이야기를 씨줄·날줄처럼 엮어낸다.
전북 출신인 신석정 시인과 서정주 시인에 관한 글이 눈길을 끈다.
1907년 부안에서 태어난 신석정은 창씨개명을 거부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어로 쓴 시도 없었다. 애제자인 허소라 시인의 증언에 따르면, 시인은 학창 시절 일본인 담임의 야만적인 언사에 분개해 동맹휴학을 주도했다고 한다.
출간한 시집에 따른 시 세계의 변화상도 관심을 모은다. 제1기 <촛불> 에서는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시, 제2기 <슬픈목가> 에서는 이상향과 그 상실감에 대한 공허감, 제3기 <빙하> 에서는 현실 비판적인 시를 썼다고 한다. 제4기 <댓바람 소리> 의 시들은 분노를 잠재우고 차분한 관조의 정신으로 초기의 시로 되돌아간다. 댓바람> 빙하> 슬픈목가> 촛불>
1915년 고창에서 출생한 서정주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명작만큼 에피소드가 다채로운 시인이다. 작가는 미당의 어린 시절부터 거장이 된 이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미당의 어린 시절 가족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미당의 아버지는 인촌 김성수의 집 마름이었다. 마름이란 옛날 지주의 땅을 관리해서 소작일을 부쳐주고 가을 추수를 관장하는 업을 하는 사람이다. 미당의 시 <자화상> 에서 ‘아버지는 종이었다’는 구절은 실제 종이 아니라 마름을 뜻한 것이라고 한다. 자화상>
가수 송창식과 관련된 에피소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송창식은 시 <푸르른 날> 이 맘에 들어 미당에게 찾아가 “선생님의 시가 좋아서 제가 작곡해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고 했지만 미당은 아무런 응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미당을 찾아가 허락해 후길 간청해,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다. 푸르른>
작가는 이에 대해 “미당이 왜 송창식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다가 하도 간청하니까 마지못해서 허락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진의는 모르겠으나 혹시 소프라노 가수나 테너 가수가 불러서 가곡이 돼야 하는데, 가곡이 아닌 대중가요가 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삼척 출신인 정일남 시인은 지난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며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시집으로 <어느 갱 속에서> , <야윈 손이 낙엽을 줍네> , <밤에 우는 새> 등이 있다. 밤에> 야윈>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