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 기부한 노판순 할머니

“누울 방 하나 있으면 족해…나눌 수 있어 행복”
군산시 1억·군산대 2억 5000만원 등 총 3억 5000만원 전달

노판순 할머니

“(나야) 누울 방 하나 있으면 되는 거지. 그저 나보다 어려운 사람 도와준 거 뿐이여.”

지난 20일 군산시에 1억 원의 성금을 기부한 노판순(82) 할머니의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각박하고 모진 세상 속에 노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하나가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노 할머니의 선행이 감동이 되는 건 큰 금액을 기부해서가 아니다.

자신은 10평도 안 되는 작은 집에 살면서도 언제나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노 할머니는 남은여생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남을 도울 때 주는 행복을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다.

사실 노 할머니의 통 큰 기부는 이번이 세 번째다.

군산시에 기부하기 앞서 군산대에 지난 2019년 2억 5000만원, 지난해 8000만 원 등 총 3억 30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마음에서다.

노 할머니의 뜻에 따라 군산대는 그의 이름을 따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 할머니가 지금까지 낸 성금만 무려 4억 3000만원으로, 사실상 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노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자녀도 없이 혼자된 몸으로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특히 10년 넘게 파출부 일을 하다 우연히 목욕탕을 인수하는 행운(?)도 얻기도 했다.

돈이 한푼 두푼 모아지면서 통장에 현금이 쌓여갔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쓴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아왔다.

다만 자신에게 한없이 인색했지만, 주변에 누가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면 꼭 뭐라도 사서 보내는 따뜻한 정을 베풀었다. 그러기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노 할머니에게서 정겨운 사람 향기가 난다.

평생 힘들게 번 돈을 전액 기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노 할머니는 “전혀 아깝지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노 할머니는 “평생 외롭게 살아서 그런지 힘들게 사는 사람들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언제가 이들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부를 하고 나니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기쁠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주변의 이웃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할머니는 “그 동안 고된 인생을 살아온 것은 맞지만 지금 (이렇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며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비관하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이런 사랑이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