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가족의 부재·상실…필연적으로 겪는 삶의 과정”

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2021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KOSIC)영화마당’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남매의 여름밤’ 윤담비 감독 초청해 대담가져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각자 영역 있어…개별 인간 면면 보고 싶었다”
남매 조명한 이유, 모성 부재의 의미, 영화가 주는 치유 기능 주목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스틸 컷.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스틸 컷.

‘부모의 이혼, 떠돌이 장사를 하는 아빠, 할아버지의 병환, 남편과 싸우고 집을 나온 고모…’

한 가족이 할아버지의 집에 모인 뒤, 겪게 되는 일상의 고뇌와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남매의 여름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부대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회장 이승수)는 윤단비 감독을 초청해 영화‘남매의 여름밤’을 치유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지난 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1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KOSIC)영화마당’.

윤담비 감독과 대담을 진행한 정미화 영상영화심리상담사는 영화 속에 나타나는 캐릭터와 대중과의 공감대에 주목했다.

정 상담사는 가족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이유와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관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윤단비 감독은 이에 대해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개인적으로 공유되지 않은 지점과 외로움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통해 개별 인간의 면면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인 ‘할아버지의 죽음’을 두고는 “모두 겪고 싶지 않지만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삶의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형제, 자매, 남매 등 다양한 가족관계 가운데 남매를 조명한 이유도 설명했다. 아버지와 고모, 옥주와 동주의 시선을 중심으로 영화의 서사를 전개한 것에 대한 부연이다.

윤 감독은 “자매는 유대감이 강할 것 같았고 형제는 거리감이 생길 것 같았다”며 “서로 친밀하면서도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외로운 감정에 대해 남겨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고모, 옥주와 동주가 같이 겪는 ‘모성의 부재’도 강조했다. 윤 감독은 “자식들에게 엄마의 부재는 가장 근원적인 공포”라며 “최전선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가장 큰 결핍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명장면으로 꼽은 ‘할아버지와 손녀 옥주가 거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말없이 교감하는 장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윤 감독은 “옥주 혼자만이라도 할아버지에게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어서 옥주의 시선을 중심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며“관조적인 시선이 아니라 옥주에게 주체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매의 여름밤’이 시대의 가족에게 주는 메시지도 남겼다. 윤 감독은 “가족 사이에 겪는 생채기, 상실은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며 “외로움 역시 개인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