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감정의 사려깊은 초상화”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을 평가한 말이다. 영화에서 드러난 인물들의 감정선을 가장 잘 묘사한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 윤 감독은“인물의 찌질함마저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다층적인 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런 철학(?)이 녹아든 윤 감독의 영화는 지난해 상영하자마자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뉴욕 아시아 영화제,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 낭뜨 3대륙 영화제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 영화를 제작한 계기는
“일상을 그린 영화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일상과 맞닿아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 극적 장치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작하실 때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장르의 컨벤션이 강한 영화의 경우 구조에 기대서 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떤 장면이나 감정 한 축이 무너지면 영화 전체가 허구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크게 부각시키고 싶은 영화에서는 시작 5분 만에 누군가를 각성시키기 위해 한 인물이 죽는다. 대단히 드라마틱한 일이다. 하지만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다르게 접근했다. 할아버지가 죽는 게 영화의 축으로 볼 수 있는데, 아주 작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를 상영하기 직전까지 불안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전주와의 인연은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기 위해 온 적이 많다. 아버지 역의 양흥주 배우님과의 인연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작했다. 당시 양 배우님이 출연한 ‘겨울밤에’를 본 뒤,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양 배우님을 만나 부탁을 드렸다.”
-앞으로도 가족이란 소재로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가족에 한정됐다기보다 인간 면면을 보는 데 관심이 많다. 연애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본인 만의 영화철학을 알고 싶다.
“철학가들은 영화가 삶을 모방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난 생각이 다르다. 영화는 삶의 정수를 보여주는 압축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인생을 살지 않아도 영화를 제작하다보면 한 인간의 삶을 살아볼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체득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