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베트남에서 한류 붐과 함께 한국어 학습 열기가 대단하다. 전국 대학입학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어과에 지원할 정도로 한국어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에 뒤질세라 베트남 대학들은 한국어과를 신설하거나 학생들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3년 전 전국 17개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38개 대학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생 수도 7000명 수준에서 현재는 2만8000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한국어에 대한 폭발적 인기는 지속적인 한류 열풍이 그 시발점이겠지만, 주요 이유는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기업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과 졸업생들 대부분이 취업을 하고 있고 월급도 영어나 일본어를 전공한 학생들보다 대체로 높아 당분간 한국어 학습 열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한국어 붐에 부응하여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한국어를 제 1외국어로 공식 채택하는 결정을 하였다. 베트남처럼 한국어를 제 1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를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이번 결정은 우리 외교사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관계사에서도 길이 남을 만한 일이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로 채택한다는 의미는 전국어디서든 학습 여건을 구비하면 초등학교 3학년 정규과정부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으면 머지않아 한국어를 구사하는 젊은이들을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될 것이다.
최근 하이퐁시에서 실시한 외국어 학습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 이를 기초로 하이퐁시는 한국어를 제 1외국어 시범도시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이퐁시는 우리나라의 인천시에 해당되는 도시로 베트남 북부의 해상관문이자 요충지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큰 도시에서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교육한다는 것은 베트남에서 한국어에 대한 저변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어 앞으로 한-베트남 관계발전에 새로운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잘 이해하여 베트남에서 한국어 학습인프라 구축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을 맞닥뜨리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즈음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만날 때 그 전과는 한국어에 대한 반응이 사뭇 달라진 것을 느낀다.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외국인들을 볼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배운 한국어 단어를 부모들도 관심 갖고 따라 하기도 한다. 우리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커피숍 유리창에는 한국어로 ‘좋은 날은 커피와 너로 시작 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친근감에 그곳을 자주 찾곤 한다.
이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도시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부분에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펼쳐 갈 미래가 무척 기대되며, 그 모습은 우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에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