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1973년 발표된 노래 ‘편지’는 임창제·이수영 씨의 2인조 통기타 그룹 ‘어니언스’를 인기 포크 듀오로 자리잡게 했고 지금도 7080 가요중 사랑받는 노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와 메신저 등 편리한 대화 수단이 등장하면서 손편지를 접하기 힘들어졌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는 여전히 받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수단이다.
최근 호주에서는 체외수정을 통해 얻게 된 딸이 태어나기 불과 4주 전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30대 아버지가 생전에 딸에게 남긴 편지 내용이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뇌종양으로 3년 동안 투병하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지난 3월 31일 세상을 떠난 스콧 퍼거슨(33)의 얘기다. 그는 편지에서 “아빠는 이 병과의 싸움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꿈을 꾸며 자라고 너의 꿈을 따르길 바란다”며 태어날 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의 메시지를 남겼다.
바람둥이로 알려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결혼 후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에게 보낸 연애 편지는 색다른 관심을 끌었다. 1953년 재클린 부비에와 결혼하기 몇 주 전 프랑스에서 만난 스웨덴 귀족 폰 포스트에게 보낸 구구절절한 사랑 표현이 담긴 이 편지는 보스턴 경매장에 매물로 나와 12일까지 온라인 경매가 진행되는데 3만 달러(약 3300여만 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옛 편지로 읽는 조선 사람의 감정’에 담긴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감정과 생활상도 눈길을 끈다. 부안 김씨 우반종가에서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500여 년 동안 대를 이어가며 주고받은 수백 여 편의 편지에는 욕망, 슬픔, 억울, 짜증, 공포, 불안, 뻔뻔함 등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있다고 한다.
11일 제127주년을 맞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6일 ‘동학농민군 편지’의 국가문화재 등록이 예고됐다.
“나라가 환난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내가 집을 나와 수년을 떠돌아다니며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네. 광팔이 자네가 형 대신 집안을 돌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네. 우리가 왜군과 함께 오랫동안 싸운 것은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義) 때문이네.”
양반가 자제로 동학농민군 지도부에서 활동하던 유광화(1858~1894)는 1894년 11월 동생 광팔에게 보낸 편지에서 왜군과의 전투과정을 알리고 긴급히 군자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문화재청은 이 편지가 동학농민혁명이 농민뿐 아니라 양반층도 참여한 범민족적 혁명이었다는 점을 밝혀주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유광화의 ‘동학농민군 편지’가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에 의미와 성과를 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