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요불급한 예산논란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뜬금없이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학생 위생용품(생리대)의 지급 대상을 작년보다 2배나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초등생 집단 감염이 지난 달 잇따르면서 전북도교육청이 2주간 방과후 수업을 중단할 만큼 코로나의 실제 상황도 녹록치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발송된 도교육청 위생용품 계획에 따르면 올해 중고 여학생 4만8000명에게 12억 원어치 생리대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해 여고생 전체 2만4973명에 이어 중학생까지 대상자를 확대한 것이다. 물론 생리대 지원을 통해 청소년 건강을 챙기고 학생 복지에도 일조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는 차라리 모든 학생에게 마스크 지급 등 방역 예산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학교 감염자가 작년보다 늘어나고 리스크도 큰 상황에서 방역 예산은 올해 19억 원으로 오히려 10분의 1로 줄었다. 코로나 초기 예산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고는 하나 지금 상황이 그 때보다 나아진 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하루 확진자 5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도 지난 5월11일까지 집중방역기간을 운영하며 학교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이 집단 생활하는 곳이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마스크 쓰기는 일상화된 지 오래돼 어려움이 덜 한 반면 거리두기와 자가진단 시스템은 학생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운동부 합숙소 외에 기숙사 운영학교가 도내 118군데로 알려지면서 감염예방에 대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역용품 실태는 학교별 편차는 있지만 허술한 구석이 많다. 체온 측정기와 눌러서 사용하는 손 세정제에 의존하는 학교가 상당수에 이른다. 학생 400명이 북적이는 데 열감지 화상카메라 1대가 고작이다. 제품 버전마저 떨어져 측정치 정확도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얼마전만 해도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학교내 팽배했다.

생리대 지원사업은 김승환 교육감의 공약사항이다. 지난 2017년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정부와 일부 자치단체에서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상 급식처럼 이 사업이 모든 학생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자치단체 중심으로 저소득층을 상대로 바우처 형태의 지급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날씨가 풀리면서 활동량이 늘어난 학생들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감염노출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에 감염되도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20%가량 되는 만큼 집단 생활 학생들의 방역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