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체육인] 전통·실력을 겸비한 ‘부안의 궁사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쏘기에 능수능란했다. 오죽하면 중국인들이 동이(東夷)라고 불렀을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남원 인월에서 아기발도(阿基拔都)가 이끄는 왜군을 섬멸한 것도 신궁에 가까운 활쏘기 실력 덕분이었다.

적장 아기발도의 투구를 활을 쏘아 벗기고, 연달아 쏜 화살로 아기발도를 즉사시켜 황산전투에서 크게 승리한 이성계는 전주 오목대에서 승전의 축배를 들었다.

또한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이끈 이순신 장군이 활터를 만들어 장병들의 활쏘기 실력 연마를 독려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 올림픽 경기에서 치러지는 활쏘기는 유감스럽게도 이성계나 이순신이 쏘던 활쏘기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전통 무예 국궁(궁도)은 유럽의 활쏘기 양궁에 밀려 국제사회에서 찬밥신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민족의 웅지와 호국의 기상을 나타내는 전통무예로서 가치가 있다.

이런 국궁을 국가가 무형문화재(142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수많은 궁도인들이 전통 무예 국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고, 심신을 수련하는 최고의 스포츠로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20년 전통의 활터 ‘심고정’

2017 문화부장관기 생활체육전국궁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부안 심고정 궁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안군 행안면 스포츠테마파크에 자리 잡은 국궁장 심고정(審固亭)은 1807년 세워진 활터 향사정에서 출발, 오늘에 이른 220년 전통의 활터다.

심고정(審固亭)은 1807년 순조 7년에 부안읍 동중리 182번지에 향사당을 건립하고 례예(禮藝), 락예(樂藝), 사예(射藝), 어예(御藝), 서예(書藝), 수예(數藝)의 6례을 갖추어 무(武)를 연마했다.

1840년 향사당을 ‘관덕정’이라 정명을 작명하고 1892년 상소산(서림공원)에 초가로 정(亭)을 건립했으며, 1929년 사정건축기금을 거출해 서외리 산 1번지에 정을 신축하여 심고정이라 했다.

일제말엽(1943년 말)에 소위 신사를 건립한다는 구실로 심고정을 강제 철거하고, 1948년 해방 후 철거했던 자재를 활용해 개축했다.

1966년 개축추진위원회를 결성, 심고정 발전에 진력해왔으며 이희람씨는 과녁 터를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벌목하였다는 죄목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2008년 제3회 불멸의 이순신장군기념 부안군수배 전국남여궁도대회, 전북 도민체전 궁도대회가 심고정에서 열리는 등 심고정은 부안 국궁의 중심이다.

서림공원에 있던 심고정은 2012년 11월 행안면 스포츠파크 인근 4000여 평 부지에 연건평 125평 규모로 신축 이전했다.

심고정은 2021년 현재 오랜 역사를 가진 전국에서도 빠지지 않는 전통과 문화유산으로서도 자부심이 높은 활터로 평가되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 실력도 최고

우리 조상들은 활쏘기를 통해 배양된 건전한 정신과 강인한 체력으로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켜냈다.

활쏘기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변천되면서 현재는 정신 수양과 인격을 높이는 한 방편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또, 체력을 연마하는 대중적인 생활체육 스포츠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심고정 활터는 등정 시간과 퇴정 시간이 따로 없다. 여러 층의 회원들이 어울려 사대(射臺)에서 과녁까지 145m의 거리를 뚫어져라 집중하고 자유롭게 활을 낸다.

현재 170여 명의 회원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나와 활쏘기를 연마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서인지 부안 심고정은 수많은 전국대회 및 도내대회에서 우승을 하였고 부안군 체육발전에도 이바지했다.

부안 심고정은 2012년부터 도민체전 종합우승만 여섯 번, 그 중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연속 종합우승을 이어 가며 전북 챔피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대표 선수는 김정·한주원·이현호·장원종·황성원·황정자 씨 등 6명이다.

이들 중 핵심인 김정 선수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사범직을 맡으며 도민체전선수단장 및 선수로 참가해 좋은 성적과 4년간 120명에 대해 무료 교습으로 궁도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심고정을 이끌고 있는 민제 김남철 사두(제45대)는 “심고정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인물도 많고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회원들도 많다”며 “부안군에서 우수한 체육단체이면서도 지역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깊숙이 자리하여 군민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선배님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전 회원이 전국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심고정을 만드는데 더욱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