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이 곡우(穀雨)였다. 곡우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들어있는 24절기 중 6번째 절기로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시기다. 곡우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바쁘게 시작된다. 빠른 지역에선 논을 갈아 물을 대고 모내기 준비를 마친 경우도 있다. ‘농촌의 사오월은 굼벵이도 석자씩 뛴다’는 속담처럼 굼벵이처럼 느리고 게을러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농사일을 거들어야 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가장 바쁘고 고된 시기이다.
요즘 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이 한창 피어 서로 경쟁하듯 본격적인 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코로나19라는 매서운 한파로 전 세계가 많은 피해와 혼란을 겪고 있어 봄기운을 만끽하기에는 여유가 없는 모습이다. 특히, 농촌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많은 농가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까지는 그럭저럭 꾸려 간다고 하지만 5월부터 이어지는 과수 열매솎기, 양파·마늘 등의 농작물 수확, 모종과 파종 등의 농작업이 당장 걱정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속담이 농업인의 현재 마음일 것이다.
우리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촌인구 감소와 급격한 노령화 등으로 이미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농작업이 몰려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부터 외국인근로자 공급까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농번기 일손부족 완화에 보탬이 돼왔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하늘길이 막혀 국내에 전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4400여명, 전북의 경우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460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농촌인력의 임금담합, 웃돈요구,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농촌일손돕기 참여 저조로 국내 인력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농촌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팔을 걷었다. 지난 3월부터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농업인력지원 상황실을 설치하고 인력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등 농촌인력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에서도 외국인근로자 체류기간 1년 연장, 주거개선 지원 등을 통해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농어촌 일선 현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전북농협은 4월에서 6월까지를 농촌인력 집중 투입 기간으로 정하고 영농작업반 24개소 운영, 사회봉사대상자 농촌인력 집중 투입, 농협임직원 농촌일손돕기, 창립 60주년 기념 릴레이 농촌일손돕기, 전 도민 농촌일손돕기 참여 캠페인 등 다각적으로 농촌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일손이 워낙 달려 정부, 지자체, 농협 힘만으로는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슬기롭게 헤쳐 나기기 위해 유관기관과 단체는 물론 군부대, 경찰, 기업체, 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농촌일손돕기 운동이 절실한 실정이다.
아직도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농업인을 위해 농촌 인력난에 대한 전 도민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농촌일손돕기 참여로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정재호 전북농협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