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5일 기준으로 세는나이 35세, 만 나이 33세. 70세까지만 살고 싶다는 계획 아닌 계획의 50%를 지나는 중이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지나버렸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살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목표와 해야 할 일들이 주어졌다. 본능적인 욕구로 먹고 자고 싸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것에서부터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연스레 가져진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크고 작은 목표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라는 궁금함으로 삶을 돌아보면 그때의 주어진 상황마다 사는 대로 살았었다. 운이 좋게도 20대 중반에 건강한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모여서 사는 대로 살아도 후회하지 않을 공동체 안에서 머물렀기에 큰 문제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공동체에서 나와 새로운 일들을 펼쳐가는 시기에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는나이 35세에서 만 나이 35세로 접어드는 기간에 남은 50%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인생의 반절을 지나는 지금,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거주지를 옮기고, 새로운 주거공동체에 살기 시작했다. 일을 그만두고 직장인의 타이틀을 던져버렸으며, 하고 싶은 일을 담을 수 있는 작업실과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안정적으로 함께 살 수 방법들을 찾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비슷한 고민이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놀면서 하는 재미난 일을 기획할 수 있겠다.
지나온 인생을 스승으로 삼아 남은 인생의 반을 계획하는 프로젝트라면 어떨까? 예상할 수 없지만 본이 생각하는 인생이 70년이라고 한다면 프로젝트 353570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프로젝트 353570은 지나온 35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5년을 계획하는 작업이다. 각자의 중요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좋을 텐데 나라면 3가지 키워드가 있다. 첫 번째는 ‘공간’을 주제로 그동안 머물렀던 지역, 살았던 집, 일했던 곳, 자주 가던 장소 등을 살펴본다. 각각의 장소·공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나의 삶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정리한다. 두 번째는 ‘사람’을 주제로 지금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 여전히 함께하는 사람들,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가깝고 친근한 친구들, 가족들 뿐 아니라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초등학교 친구라거나 직장생활 내내 괴롭혔던 선임, 심지어 헤어졌던 연인까지 가릴 필요는 없다. 인터뷰를 통해 나에 대한 추억을 묻고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지를 마주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기록’을 주제로 내가 남겼거나 함께한 이들이 남겨준 사진, 글, 메모, 편지, 오랜 시간 곁에 함께한 물건들까지 온갖 흔적들을 모아 정리한다.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시간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물건을 대하는 습관들도 남아 있기에 사는 방식도 돌아볼 수 있다.
어디에 어떻게 머무르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무엇을 남겨 추억하는지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은실 사회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