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와 전북작가회의가 함께하는 미얀마 응원시] 진혼곡 - 배귀선

배귀선 시인

골목 어귀 개오동 치솟는 오월이다 소식이나 껴안고 있는 오월이다

베고 누운 그늘이 비명처럼 번져 어금니 깨문 그 날이 또다시 신열을 앓는다

 

아버지 사진을 들고 서 있는 광주의 어린 기억이 총성 낭자한 미얀마 거리, 몰려나온 인파를 따라 달린다

 

달리고 달려도 벗어나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의 개오동, 오늘을 질끈 동여맨 사람들의 이마에 붉은 길이 흘러내린다

 

길을 위해 벽 앞에 서 있는 그대여

막다른 폭력의 그늘을 베어 악기를 만들자

세 손가락 높이 들어 노래하자

 

총구에 쓰러진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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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시인은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2013년 ‘문학의 오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저서로는 ‘신춘문예당선동시연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