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이 되는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누리는 게 ‘해보는 협동조합’의 목표입니다.”
불의를 참지 못 해 민원게시판을 애용해 왔지만 세상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 ‘전북대 지역건설공학과를 다니면서 남들처럼 취업하고, 회사생활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역사회 문제를 마주하고 청년들과 함께 바꿔가는 기회를 가지면서 신념이 바뀌었다. 김현준 씨(29)가 ‘해보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시작점이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모여 정책을 기획하는 자리에서 장애인청년을 만났을 때, 나와 다를 바 없이 취업과 꿈을 고민하는 20대이지만 현실의 시선은 너무도 다른 게 부당하고 참을 수 없었다”며, “2018년부터 장애인 취업·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다가 지난해 5월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했다.
‘해보는 협동조합’은 언어장애, 왜소증, 뇌병변 등 장애가 있는 청년과 비장애 청년들이 구직연계와 교육을 하고, 장애와 관계없이 소통하는 청년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성됐다. 조합원은 44명. 김 대표는 “모르는 분들이 활동을 지켜본 후 가입요청을 한 경우도 있다”며 “허공에 돌을 던지는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는데 이런 분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현재 조합은 진북동에서 ‘리젠카페’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 고 자격증을 딴 뒤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주시 공모사업에 선정돼 성매매집결지였던 선미촌 내 공방 개장 준비에 한창이다. 리젠카페가 장애인 취업교육을 하는 거점이라면, 선미촌 내 공방은 취업에 성공하거나 자립교육을 받은 정애인청년들이 또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교육하고 도와주는 ‘자립·사회화 거점’이다.
김 대표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면, 여성 장애인은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라며, “이 공간은 특히 여성장애인에 초점을 맞춰 예술가로 활동하도록 돕고 자존감을 높여주고자 한다”고 했다.
묵묵히 전진하는 김 대표에게도 난관은 있다. 그는 “수년간 활동하면서 사회복지 비전공자이기에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도 있었다”며, “사회복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열린 시각에서 장애인청년을 편견없이 대할 수 있다는 신념은 변함없지만,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얻기 위해 4년제 온라인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거창하지 않은 활동일지라도 장애인에겐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 책임감을 갖게 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가다보면 언젠가 인식이 개선되고, 벽도 허물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