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글자와 소리글자를 동시에 쓸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소리글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한글과 뜻글자인 한자를 동시에 쓴다면 세계최고의 문화강국이 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문화의 한축을 스스로 포기해야 합니까. 한자에 대한 교육방법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27일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린 리더스아카데미 제8기 1학기 10강에 나선 전북대학교 김병기 교수는 “한글이 있는데 왜 한자를 써야 합니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1945년 해방이후 미군정은 모든 문서에 대한 한글화를 2호 법령으로 제정했고 소련은 북한에서 3년 이내 모든 문서에서 한자를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에서도 한자를 없애라는 지시로 간체부호를 만들어 간체자가 만들어져 사용됐다.
이 같은 사건에는 미국과 소련의 무시무시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게 김병기 교수의 주장이다.
5000년간 한자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민족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말살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주입해 지배하기 위한 농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이 같은 미군정의 지시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1943년 조선어학회 사건 등 일제의 한글말사정책으로 한글에 대한 욕구가 강했을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방이전 수천년동안 한자로 기록된 모든 문서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낭패를 맞게됐다.
조선왕조실록 원본에 기록된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고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찌르며 한자 한자 적었던 생생한 기록을 우리는 읽지 못하고 못하고 있다.
일제가 광개토 대왕비에 새겨진 글자를 변조했어도 한자를 읽지 못하고 해석을 못하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도 못해왔다.
최초로 광개토대왕비의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아 임나일본부설 반박했던 김병기 교수는 “우리가 미국과 소련에 속아서 한자를 버리게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한자를 버리게 된다면 우리의 전통을 모두 빼앗기게 된다”고 경고하며 “이제는 역사독립운동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역사를 철저히 왜곡하며 자신들의 문화로 종속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류로 인해 한국이 엄청난 문화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또 한번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애국심을 가진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한류문화가 영원히 지속돼 문화강국으로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한때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강남 스타일의 유행이 몇 년도 안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장국영과 주윤발의 인기도 식었듯이 한류는 유행일 뿐 문화가 아니며 영원히 존속하기 위해서는 뿌리깊은 문화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북의 대표전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지산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서예나 작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한지로 넥타이나 태권도복을 만든다 해서 그 제품이 결코 실크나 무명으로 만든 제품보다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지산업이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한지축제에 서예나 그림은 빠져 있어 대를 이어 한지제작을 계승하고 있는 한지인들은 각종 지원대상에서 빠져 있고 한지 본래의 사용을 벗어난 응용한지분야만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 이전에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리며 밖을 향해 내 스트레스나 감정을 나타내는 발산문화였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자기를 뒤 돌아 보고 마음을 다스리는 문화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궁녀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든 궁서에 대한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반드시 한글서예를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