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고학계와 고대사학계가 ‘전북 가야’를 두고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원·장수 일대 독자 가야세력 존재설’의 근거로 쓰이는 봉수·제철 유적, 고분군, 문헌사료에 대한 보완 연구·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공론이다. 봉수·제철 유적, 고분군을 두고는 가야 것으로 입증하기 위한 추가 조사, 문헌사료 양직공도(梁職貢圖)·일본서기(日本書紀)의 활용을 두고는 기존의 통설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백제학회와 한성백제박물관이 지난 4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백제와 가야의 경계와 접점’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는 ‘전북 동부지역 독자 가야세력론’이 주된 화두였다.
세부 논의주제도 이 이론의 근거로 활용되는 봉화·봉수, 제철 유적, 고분, 양직공도·일본서기 등이었다.
김주홍 토지주택공사(LH) 밀양사업단장은 “전북 동부 봉화의 구조·형태·규모·축조방식을 보면 특정시대에 축조되었다고 보기 힘든 곳들이 많다”며 “소위 가야 봉화의 독자적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유구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봉화 인근에 출토된 가야 토기를 두고도 관련 전공자들과 함께 갑론을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남규 한신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시대 지리지인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전북 지역 철산에 대한 기록도 없다”며 “지표 조사를 실시했던 장수 산악지대도 입지상으로 고대시기 제철이 나오긴 힘들다”고 말했다.
권오영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와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반파를 장수로 규정하긴 어렵다”며 “일본서기와 양직공도에 녹아든 사관과 고분 양식 등으로 보면 대가야설, 즉 통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곽장근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장수 지역에서 양직공도, 일본서기에 나온 봉화가 발견됐으며, 장계분지에 왕궁터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며 “독자세력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철 유적도 봉화 유적이 확인된 곳과 일치하며, 그 곳에서 삼국시대 토기가 적지 않게 수습된다”며 고대시기 제철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백제학회 회장인 성정용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이런 공론화의 장은 곽 교수님을 비롯해 지역에서 30여 년 간 유적 발굴을 해오신 분들 덕분에 열렸다”며“지역의 독자성을 두고 좀 더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추론은 지양하면서 접점을 만들어나가면 고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