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고 폭행당하고’ 눈물짓는 어르신들

전북 노인학대사례 2019년 144건·2020년 157건 증가
피해자 여성·70대 이상 많아…가해자 대부분 가족

지난해 8월. 전북경찰청 112상황실에 70대 노인이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75·여)는 왼쪽 눈 주위가 부어있었으며 입술 윗부분에 붉은 멍을 동반했고 가슴이 아프다고 통증도 호소했다. 아들이 어머니를 폭행한 것이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A씨의 아들은 A씨를 주먹으로 안면부위를 20~30회 가격하고 온몸을 발로 찬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에도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뭐 하러 낳아서 고생시키냐” 등의 말과 함께 욕설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9월에는 B씨(80·여)가 갑작스레 자신의 집에서 쫓겨났다. B씨를 쫓아낸 이는 다름 아닌 사위와 딸. B씨가 살고 있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그의 사위인 C씨(56)와 딸인 D씨(50)가 매입했다. 딸 내외는 건물을 매입하자 어머니인 B씨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고함과 욕설을 했다. 당시 딸 내외는 B씨로부터 1200만 원을 빌려갔지만 이 금액도 갚지 않은 상태였다.

전라북도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 사건에 개입해 ‘경제적학대’, ‘신체적학대’, ‘정서적학대’를 한 것으로 판단, 딸과 B씨를 분리조치했다.

노인학대예방의 날(6월 15일)을 맞았지만 전북지역에서 노인학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전북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총 157건의 노인학대사례가 접수됐다. 이는 지난 2019년 144건에 비해 8.2% 증가한 수치다. 학대상담도 지난 2019년 2795건에서 지난해 3288건으로 약 15% 증가했다. 올해는 벌써 107건의 사례가 발생했다.

신고자는 관련기관이 51%로 학대전담경찰관 등을 통한 노인학대 신고 비중이 높았다. 가족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15%에 그쳤다.

학대피해노인의 경우 여성이 111명으로 약 71%를 차지했다. 남성은 46명이었다. 학대피해 연령별로는 70대가 45%로 가장 높았고, 80대 이상이 37%, 69세 이하가 17%로 주로 고령층에서 학대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8.8%로 가장 많았고, 폭행 등 신체적 학대(38.6%), 방임(6%) 등의 순이었으며, 학대행위자는 70대 이상이 38% 가장 높았고, 배우자(36%), 아들(27%), 딸(18%) 등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노인학대는 더 이상 가족의 문제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전북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는 범죄다. 기관 및 가족 등 신고의무자에 대한 신고도 저조해 홍보 및 예방교육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노인학대가 없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