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라는 말은 어렵다. 오히려 향약(鄕約)이라고 하면 더 쉽게 와닿을 것이다. 조선 시대 중엽, 주민들은 향약을 제정하여 부분적으로 지방 공공사무를 처리하였다. 갑오개혁 이후에 발표된 「향회조규」등에는 지방주민이 그 지방행정 단위의 공공사무 처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서 지방자치의 발달에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란 말은, 근대 이전의 향약이나 토호와 같은 한계적인 지위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부 계층의 봉권적 특권에 가까웠던 전자와 달리 근대의 지방자치는 다원적 분열이 아닌 민족적 통일국가를 이룩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 국가 주도의 일방적 하급행정기관이 아닌, 지역 내의 사무를 주민이 자주적으로 결정 처리하고, 주민의 의사를 우선으로, 행위의 자기 책임성까지 아우르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한다.
우리나라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후 1952년 시·읍·면의회 의원 선거 및 시·도의회의원 선거를 실시하면서 지방자치제의 법률적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무려 30년이나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주시의회 또한 제3대 의회가 5개월 만에 해산된 이후 오랜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구·시·군의회 선거와 시·도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여 오늘까지 30년 지방의회의 역사를 새로이 써 내려올 수 있었다.
과거에는 무늬만 지방자치였지 실질적으로는 관치행정의 연속이었던데 비해, 지난 30년의 발자취는 한 걸음씩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향해 내딛어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우리 전주시의회는 당시 낙후되고 있던 전주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찾기 위해 일선의 현장에서 발로 뛰며 주민과 그 길을 함께 하였다.
지난 30년간 전주는 지자체와 주민, 또 의회와 함께 숱한 기적을 만들어왔다. 자랑스러운 관광거점도시, 아름다운 전통문화중심도시, 첨단 탄소산업도시, 따뜻한 천사의 도시이자 푸르른 정원도시 등 그 빛나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열망하는 주민과 선배의원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지금의 지방의회를, 또 전주를 만들어 왔음이 자랑스러우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최근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새로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변화된 지방환경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와 이에 따른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 및 인사권 변화 등은 앞으로 지방의회가 맡아야 할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전주시의회는 지방자치를 향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주민을 최우선으로, 주도적으로 선진미래를 견인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아직 미흡한 재정분권 현실화, 중앙 권한 지방 일괄이양,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보강 등 자치분권 2.0시대의 기반을 닦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방자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그 미래를 향해 모두가 일심(一心)으로 전진해나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