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긴급점검] (상)현주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그대로인 어린이보호구역
1995년부터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전북 1001곳
학교 교문 중심으로 반경 300~500m 콤파스식 지정
보호구역 주변 여건 변화에도 지정된 구역은 여전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전북의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이 적용되어 운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조현욱 기자)

지난해 3월 25일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경각심을 살리고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을 골자로 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 법이 시행됐다. 법이 본격 시행되자 신규 어린이보호구역 외에도 수십년 전 지정됐던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이 적용대상이 됐다. 하지만 곳곳에 위치한 시곳 30㎞ 속도제한은 운전자의 불만을 야기하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2차례에 걸쳐 어린이보호구역의 현주소와 대안을 살펴본다.

16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의 한 어린이집. 바로 옆 도로는 빨간색 노면에 하얀 글씨로 ‘어린이보호구역 30’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다. 이 곳의 어린이보호구역은 해당 어린이집을 기점으로 300m 반경 내 모든 도로였다. 어린이집 뒤편에 위치한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어린이들이 갑자기 나오거나 통원할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나무와 밭 등이 위치해 사실상 도로와 어린이집의 경계를 담당했다. 해당 도로에는 인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마을주민들은 어린이보호구역 구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보호구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어서다.

인근 상가를 운영하는 이호철 씨(31)는 “차량도 많이 다니지 않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주요 통원로는 입구쪽이다. 주요 통원로에 보호구역을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잘 다니지 않는 구간에까지 어린이보호구역을 왜 설정해 놔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주변환경 변화 등 여건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당초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한 범위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서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지난 1995년부터 지자체가 경찰·유관기관 등과 함께 지정해왔고 점차 확대됐다. 과거 보호구역 지정당시 경찰 및 지자체가 협의해 설정했지만 사실상 학교 교문(정문) 등을 중심으로 300~500m 반경을 콤파스 형태로 지정한 경우가 다반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과는 다르게 보호구역 인근은 개발과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주요 통학로 변경 등의 요건에도 보호구역은 과거에 설정한 범위 그대로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총 1001곳이다. 초등학교 420곳, 유치원 459곳, 특수학교 10곳, 보육시설 111곳, 학원 1곳 등이다. 이 중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학교가 통폐합되고 유치원·어린이집이 폐원했음에도 여전히 어린이보호구역이 유지되고 있는 곳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은 보호구역을 조사하다보면 주변 여건이 변화해 보호구역 재조정이 필요한 곳도 상당 수 파악되고 있다”면서 “줄일 곳은 줄이고 보호구역 확대가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확대하는 등 보호구역 재조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