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파도 앞에 전북의 본능은 하나다

김재호 선임기자

김재호 선임기자

수소경제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전라북도, 전북의 본능은 하나다. 거친 파고와 파장을 정확히 재면서 거대한 파도에 먼저 올라 타고 나아가는 것이다. 방심할 수 없다. 글로벌 수소경제는 거칠고 험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아 앞서가려면 각계의 총명한 지혜와 유능한 전략이 결집돼야 한다. 공동 대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9일 여당 전북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전북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수소산업을 선정, 올인하겠다고 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오는 28일 수소경제 관련 토론회를 열어 대선공약과 수소경제 로드맵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세계경제의 흐름이 수소경제로 가고 있고, 전북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 아래 진행되는 움직임인데, 전북도와 정치권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 역할이 기대된다. 완주군이 추진하는 수소국가산업단지 유치와 새만금 그린수소의 성공이 눈 앞에 그려진다.

정책과 예산이 수반되는 경제에서 정치, 정치인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예산을 끌어오고 각종 SOC를 구축하는 일부터 민생경제 현안을 돌보는 것까지, 막대한 권한만큼 도민들의 기대치도 클 수밖에 없다. 그 무거운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세계 흐름과 미래 방향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전북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일이다. 전북 국회의원들의 이번 결정은 박수 받을 만하다.

수소경제는 생존과 도전의 바다이다. 바다를 정복한 민족이 세계사의 주역이 됐듯, 이제 수소경제를 논하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오는 2050년이 되면 수소가 최종에너지의 21%를 대체하고, 국내 수소관련 산업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7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만든 ‘2050년 한국 수소산업 로드맵’ 보고서는 하루빨리 전북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 아니냐고 다그치는 듯 하다.

다행히 전북은 수소경제의 거센 파고를 바라보며 여러 준비를 해왔다. 전라북도의 ‘수소산업 종합 발전계획’을 보면 그린수소 생산 상용화 실증, 수소모빌리티 기술지원 기반 구축, 자동차와 농기계 등 6대 수소연관사업 육성 등 3대 핵심 추진과제가 포함돼 있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이송, 보급, 이용 등 전주기(全周期) 기술개발과 실증을 위한 야심 찬 밑그림이다. 새만금에선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 조성의 대형 프로젝트가 꿈틀거린다.

완주군 역시 친환경 수소상용차 산업 육성,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 친환경 수소농기계 사업 등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전북도·정치권과 협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모든 수소용품을 시험·검사하는 세계 최초의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를 유치했다. 이 센터는 수소 안전관리를 위해 새로 지정된 고정형·이동형 연료전지를 비롯한 수전해 설비, 수소추출설비 등 4종의 전반적인 검사를 수행하게 된다. 여기다, ‘사용 후 연료전지 기반구축 사업’까지 따오는 등 수소경제의 총아(寵兒)인 ‘수소 연료전지 원스톱 인증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하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소산업과 관련한 지역의 모든 자원과 지혜, 에너지를 총결집해 전북이 국내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지역발전의 중대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수소경제에 앞장선 전북 정치권은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의 대선 공약화 등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전북은 탄소산업을 옥토로 개간한 놀라운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수소경제 육성에 나선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수소경제의 높은 파도 앞에 전북의 본능은 “반드시 선점하겠다”는 강한 의지 하나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