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주 사진전 ‘그리운 바이칼’…“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 싣고 카메라 셔터 눌러
내달 2일까지 완주 연석산미술관…작품 10점 전시

안봉주 사진가

‘시베리아의 푸른 눈’, ‘성스러운 바다’ 등으로 불리는 바이칼 호수. 겨울이면 하늘빛을 머금은 맑고 푸른 얼음 조각이 장관을 이루는 이곳을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

안봉주(63) 사진가가 바이칼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오롯이 사진 속에 있다.

전시의 시작이 된 작품은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이다. 작가는 “이 사진을 세상 밖에 내놓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두 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에 갔다. 한 번은 2015년 겨울 블라디보스토크, 한 번은 2015년 여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바이칼에 이르렀다.

사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까지 가는 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 묵은 바람이 30년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 비로소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전성진 전 전주MBC 사장이 그와 동행했다.

바이칼 호수

그는 “누군가는 답답한 열차 안에서 그 시간을 어찌 보내느냐고 걱정했지만, 우리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 시간은 쉼과 희열과 위로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년 바이칼의 겨울 모습을 담은 사진 10점을 공개한다.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도 마찬가지. 그는 “알혼섬 부르한 바위에 서서 찬바람에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고, 그 얼음 호수 위를 직접 걷는 느낌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백사진 ‘부르한 바위’는 바위 위를 맴도는 새가 마치 나처럼 느껴져 애착이 간다. 뿐만 아니라 새에 초점과 노출이 정확히 맞아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낮이면 열차 창가에 앉아 끝없이 도열한 시베리아 자작나무를 바라봤다. 이 풍광도 사진에 담았다. 전라도 황톳빛 들녘을 닮은 붉디붉은 알혼섬 언덕에도 시선을 뒀다.

(왼쪽) 부르한 바위 / (오른쪽) 알혼섬 언덕

왜 바이칼의 겨울에 마음이 머무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화려하지 않은 단순함이 좋았던 것 같다. 시베리아는 나에게 관심도 없고, 이야기도 걸어주지 않는다. 내가 나일 수 있게 그대로 두는, 그 무심함과 단순함이 좋았다.”

그는 이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서쪽 기점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을 넘어 바이칼에 이르는 길을 남겨 두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안봉주 사진가는 전주고와 숭실대를 졸업하고, 전북일보 사진부 부국장을 지냈다. 현재 JB영상문화연구원 원장,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사진전 ‘그리운 바이칼-안봉주, 그 시간’은 다음 달 2일까지 완주 연석산미술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