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돋아라, 새싹 돋아라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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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이 지난 5월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만 50세 11개월의 나이로 골프 사상 최고령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10여 년 전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건선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던 그가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단식으로 면역체계를 바로잡아 일궈낸 성취라서 더 돋보인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력이 떨어져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방향성을 잃은 면역계가 정작 방어해야 할 자기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내 몸의 어디를 공격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염증이 생기고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관절을 공격하면 류마티스관절염, 피부에는 건선, 점막은 쇼그렌증후군, 전신을 공격하면 다발성경화증 등의 질환이 생긴다. 자가면역질환처럼 몸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한 치료 과정이 되레 다 자승자박이 되고 마는 뒤죽박죽인 병도 없다.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쓰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오직 자기 면역력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말 못할 일이다.

알려진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만 100여 가지이고 다양한 치료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 환자를 기생충으로 치료하는 방안이 참 기발하다. 기생충을 일종의 ‘미끼’로 체내에 넣어주면 면역계가 방향성을 잃었더라도 같은 편을 공격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같은 맥락에서 돼지편충알이 궤양성대장염 치료약으로 유럽에서 승인되었다. 원형탈모도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작용이 있지만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류머티스성염증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우선 처방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한다. 면역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아직 없기 때문에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대증요법으로 고통스러운 증상을 완화시키는게 고작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외상성통증 환자들을 진료하던 한 의사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벌독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데 평생을 헌신한다. 성분과 용량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만들어내 의료용 벌독을 환자에게 투여했는데 통증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면역계를 정상화시키는 데에도 유의성 있는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 천연물신약 1호 아피톡신이 탄생한 배경이다. 벌독은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멜리틴이라는 주성분과 다른 미세성분들이 협업작용을 일으키는 천연물질이다. 적은 양의 벌독이 몸에 들어가면 면역계가 벌독에 대응하여 싸우기 시작한다. 용량을 점차 늘리면 면역계는 내 몸을 향해 작용하던 방향을 벌독 쪽으로 되돌린다. 면역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이를테면 ‘노크’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건선, 류머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등 만성 재발성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병의 경과가 길고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난치성 질환이라 시간이 내편이 아니다. 치료비는 물론 신체적, 정서적 부담도 크다. 인내심을 갖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니 부작용이 거의 없는 벌독과 같은 천연물 치료제의 출현이 절실하다. 임상과정에서 정상으로 돌아온 환자가 실제로 많았다는 점에서 완치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그간의 치료로는 효과를 얻지 못했던 환자에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증상을 누그러뜨리고 재발 빈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간을 내편으로 돌리기 위해 방향을 잃은 면역계에 희망의 씨를 뿌리고 문을 두드리며 리부트 주문을 건다. 새싹 돋아라, 새싹 돋아라.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