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이 비 그치면

온춘성

가지마다 눈부신 빛

칠일 천하의 벚꽃

아쉽고 서러운 눈물 숨기려

소소리바람은 꽃잎에 뒤엉켜

이별의 비 불러들였나 보오.

 

이 비 그치면

진달래 수줍어할 게고

온 산 불 지른 영산홍에

가시 치켜세운 덩굴장미

새빨간 립스틱의 손짓을

또 어찌 감당할까요.

 

눈물은 마를 테고

자국일랑 씻어낸다지만

가슴 깊이 자리한 흔적에

뭉클 솟아오르는 하얀 그리움

사근사근 다가올 붉은 유혹들.

 

이 비 그치면

나,

어찌 견뎌낸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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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하던 봄의 영랑처럼, 이 비 그치면 ‘하얀 그리움과 붉은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벚꽃이 이별의 비를 데려오면, 영산홍이며 진달래며 목련이며 덩굴장미까지 한꺼번에 와-와- 피어날 테고,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꽃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한시절 호되게 앓고 난 자리에 열매를 불러 앉히는 것은 신의 섭리, 그러니 어쩌랴 후일의 열매를 데려오는 꽃멀미를 하냥 견디는 수밖에...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