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부신시가지. 도로 곳곳의 갓길에는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로 빼곡했다. 그 중 일부 차량은 옥외소화전 바로 옆에 주차돼 있었다. 만약 인근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불법주정차 된 차량 때문에 소화전 사용이 어려워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효자동의 한 아파트에도 소방차전용 주차구역에 입주민 소유로 보이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아파트 내에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저녁에는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도 꽉 찬다”고 말했다.
28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에서 실시한 불법주정차 단속건수는 222건이다. 2019년(153건)보다 69건 높은 수치였다. 과태료 부과액도 2019년에는 607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렇듯 도내에 소방시설 인근 불법주정차 차량은 늘고 있지만 화재 발생 시 불법주정차된 차량을 소방차로 밀어 이동시키거나 창문을 깨 소방호스를 연결시켜 소방활동을 하는 등의 ‘강제처분’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개정된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르면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차량은 강제처분할 수 있다. 불법주정차된 차량의 경우 강제처분으로 파손되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 소방공무원들은 현실적으로 강제처분은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소방대원은 “강제처분을 해서 차량이 파손됐을 때 면책 가능한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강제처분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면책 요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손실보상이나 손해배상 관련한 민원처리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수 있어 실질적으로 강제처분은 어려운 실정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강제처분 시 소방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문화를 바꿔서 오히려 강제처분으로 인명을 구하고 신속하게 화재진압을 했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정기성 교수도 “소방관들이 민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강제처분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면서 “무엇보다 소방시설 인근에 불법주정차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