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공숙자·김남곤 부부, 나란히 시집 펴내

공숙자 수필가, 첫 시집 <알고도 모르고도> 출간
김남곤 <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공숙자·김남곤 시인 부부가 나란히 시집을 냈다. 함께한 오랜 세월만큼,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서로를 위하는 진한 마음이 시집 곳곳에서 읽힌다.

“코로나19에 묶인 칩거로/ 일상의 수행항목들을/ 혁신하는 전기를 맞았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회원등록을 했고/ 몇 년 동안 접고 지내 온/ 글쓰기 작업도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네.” (‘고백’ 부분)

공숙자 시인은 지역에서 수필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꽤 오랫동안 문단 활동을 접고, 혼자서 수행하듯 생활하던 그가 다시 붓을 들게 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그는 다시 붓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다. 그리고 첫 시집 <알고도 모르고도> 를 세상에 내놨다.

“나는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는/ 물음표를 짊어지고//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에/ 깊은 밤을 밝혔다.” (‘시작’ 부분)

시인은 시를 그럴싸하게 쓰려고 힘주지 않는다. 시에는 평소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과거의 생활을 돌아보고, 의도치 않게 놓치거나 흘려보낸 것들을 가끔 돌아보고, 다시 짚어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 시인(전북문인협회장)은 “자성과 자각 그리고 자율을 동무 삼아 삶의 여정을 어느 정도 걸어온 나그네에게서 발견하는 달관과 내려놓기 그리고 묵상과 잠언이 그의 시의 주된 정조”라고 밝혔다.

공숙자 시인은 198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그늘을 날지 않는 새> <마음밭 갈무리> 등을 펴냈다. 2021년 ‘표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전북여류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국대표에세이 회장을 역임했다.

공 시인이 첫 시집을 발행하고 닷새 지나, 김남곤 시인도 일곱 번째 시집 <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를 펴냈다.

남편의 시집 제목을 본 공 시인은 그의 시 ‘재미있는 일’에 “詩場을 조금 둘러보다 보니/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고 써놓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市場)’이 아닌 시를 쓰고읽는 ‘시장(詩場)’에 남편과 함께 들러 “소금 같은 시도 사고/ 고춧가루 같은 시도 사고/ 청산 같은 시도 사고/ 사막 같은 시도 사고/ 때로 싸네 비싸네 시시비비도 가리며” 살겠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책머리에 “비록 끝물이라서 때깔은 그리 곱지는 않지만 구석자리 하나 펴놨다. 낡은 갓 챙겨 쓰고 짐 지고 나간다는 게 버겁고 부끄럽다”고 밝히고 있지만, “배때기 뒤집는다고/ 배꼽 없어지나”(‘기다’ 부분)라고 묻는 그의 시편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정 많은 시인의 넉넉한 품이 느껴진다. 평소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살피는 그는 반 붉은 대추를 보며 한 서양화가를 떠올리고, 라대곤·오하근 문학비 앞에서는 봄이 왔다고 알린다.

또 송기태, 진기풍, 허소라, 이호선 영전에 올린 조시를 모아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헛짚어 살다가> <새벽길 떠날 때> <푸새 한마당> <녹두꽃 한 채반> <사람은 사람이다> ,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 , 칼럼집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등이 있다.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 전북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