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중앙체육공원에 조성된 반려동물 놀이터가 볼품없는 모양새로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치로, 이름만 놀이터일 뿐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께 중앙체육공원 남측 반려동물 놀이터.
1370여만원을 들여 189㎡(약 57평) 규모로 조성된 놀이터는 원래 있던 시멘트 타일 위에 1m 50cm 가량 높이의 연두색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시설은 용도를 알기 힘든 통나무 조각 5개와 작은 배변봉투함 1개가 전부였다.
반려동물 놀이터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아니라면,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놓은 공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날 저녁 7시를 전후한 30여분간 이곳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반려인 1명과 반려견 2마리뿐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일과 후 저녁시간을 활용해 공원 산책로를 걷거나 축구장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나온 시민들도 놀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 산책로를 주로 이용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동물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시민 고모씨(27·마동)는“사실 반려견 놀이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지금 있는 이 시설이 놀이터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듯싶다”면서 “공원 돌면서 산책을 하지 누가 여길 오겠나”라고 혀를 찼다.
매일같이 공원에서 운동을 한다는 시민 유모씨(50·영등동)는 “제 기능도 못하고 공원에 뜬금없이 울타리가 쳐져 있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동연 익산시의원은 “시민들을 위한 시설인데 실제 가보면 보기 민망할 정도”라며 “반려인이나 반려동물들을 생각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함열 다송권역에 조성 중인 정식 놀이터는 부디 반려동물을 위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반려동물 놀이터에 대한 요구가 있어 지난해 10월 중앙체육공원에 임시 놀이터를 개장했고, 정식 놀이터는 축산과에서 현재 조성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축산과 관계자는 “도비 매칭사업으로 1억원을 들여 함열읍 다송리 일원에 3285㎡(약 994평) 규모로 정식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8월 중 문을 열 예정”이라면서 “넓은 부지와 잔디를 원하는 시민 다수 의견을 반영해 대상지를 선정했으며, 개장 후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