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찾아온 지각 장마로 농민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흉작을 우려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기에 철근값까지 크게 오르면서 비닐하우스 시공·보수에도 큰 부담이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있다.
기상청이 지난 1월 발간한 ‘2020년 이상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이 54일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최장 장마로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는데 특히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북의 지난해 쌀 생산량은 55만 6000톤. 전남과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양을 기록했지만 침수 피해로 전년 대비 8.1%인 5만 톤가량 감소했다.
올해 역시 39년 만에 찾아온 지각 장마로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 기간 비바람으로 인한 상처로 벼흰잎마름병 등이 발생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심한 경우 고사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익산 왕궁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양춘식씨는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 배수 작업에도 농경지가 쉽게 침수되고 있다”며 “예측 불가한 지각 장마에 태풍이나 이상기온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농사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 철근값까지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어 철근 구조물인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시공·보수 비용까지 크게 올라 농작물 관리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철근업계에 따르면 철근(10mm 고장력 기준)값은 현재 톤당 120만 원 수준이다. 지난달 145만 원보다 하락했지만 지난 4월 80만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재형 비닐하우스의 경우 660㎡ 규모 기준 한 동 당 설치 비용은 2000만 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강한 비바람이나 침수로 시설이 파손됐을 경우 철근값 상승으로 보수 비용까지 올라 파손 시 한 해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농민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농업 생산량이 감소해 농산물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산 왕궁면 소길영씨는 “비닐하우스에서 멜론 재배를 하고 있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구조물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비싼 수리 비용에 고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당장 추석 출하 물량에 맞춰 작업하고 있는데 장마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