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대표를 보면 그 지역의 주민의식 수준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그냥 분위기에 따라 대충 선거 때 표를 찍었다. 주로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표를 찍는 기준이 되었다. 공약이나 정책을 꼼꼼하게 살려보고 표를 찍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선과 지선을 5년·4년마다 하는 의례적인 행사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대표를 뽑는 선거만큼 중요한 게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서 전북인의 표 값어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전북은 인구가 줄어들어 대선 때 전북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안방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표를 얻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힘은 아무리 노력해도 두 자리 득표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선 주자들 머릿속에 전북이 너무 가볍게 인식되는 바람에 지역발전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사실 전북의 애타는 목소리가 모깃소리 마냥 너무 작아 중앙 정치권에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번 4차 철도망 구축 계획에 전북이 요구했던 사항이 하나도 반영 안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180만이 무너진 전북이 앞으로 살아갈 길은 대선이나 지방 선거 때 표를 쉽게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표 한 표를 쌈짓돈처럼 소중하게 아끼고 아껴서 행사해야 한다. 그간 선거 때 민주당에 몰표를 주다 보니까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소중하게 생각지 않았다. 몰표를 줬으니까 전북 몫이 챙겨질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민주주의 하는 데는 51대 49가 황금분할 선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서로가 잘 하려고 경쟁의 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도민들의 선거의식만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풍토를 도민들이 만들었다. 지금 와서 누굴 탓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우리가 만들어 놓았는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역 발전이 안 되고 낙후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도 결국 우리가 만든 셈이다. 자업자득한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생각이 칼날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표 값어치를 올릴 수 있다.
지사나 단체장 선거가 9월 민주당 대선 경선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 올여름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국민의 힘 대선 경선 버스의 출발도 예정돼 있어 모처럼만에 경쟁의 정치가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대선의 풍향계에 따라 지선이 요동칠 수 있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이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면 전북은 민주당 정서가 더 견고해지고 국민의 힘이 잡으면 경쟁의 정치가 싹틀 수 있을 것이다. 도민들도 대선이 자신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고 신중하게 대선판을 읽어가야 한다. 표 값어치를 높여야만 전북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