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태어난 강,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다. 미동의 파도에도 몸을 가눌 수 없는 6cm 정도였던 몸뚱이로 3~5년 동안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 다시 모천으로 돌아올 때면 80cm 정도의 성어가 된다.
연어가 회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돌아오는 목적지에 내 생명의 원초적 기운과 어머니의 영혼이 남아있어야 한다.
내 어머니는 생전에 이 아들을 낳았던 고향 익산을 지켜오시다 몇 해 전 눈을 감으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그리고 성장을 위해 고향을 잠시 떠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탯줄로 이어진 고향이 나를 더 질기고 강하게 만들었다.
연어 역시 태어난 강을 떠나서도 한시도 그곳을 잊지 않고, 모진 풍랑의 바다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어는 약육강식의 바다에서 지혜를 터득하고 힘을 키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공무원으로 국토교통부 차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철도, 도로, 항공 등 인프라와 도시와 지역, 산업발전을 위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고향에서 기회를 주어 정무부지사로서 지방행정도 직접 경험할 수가 있었다.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직접 부딪히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왔다.
연어는 3000개 정도나 되는 알을 낳는다고 한다. 연어가 그러하듯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 다음 세대를 이을 새 생명을 품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알들이 고향 곳곳에 뿌려져 발전을 위한 황금알이 되어야 한다.
세포 분열하듯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밀알이 되어야 한다. 연어알이 부화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달 초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중앙시장과 매일시장 등 시내 곳곳이 침수되어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은 우리 시민의 생업 터전이다.
기후변화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강우 통계를 바탕으로 건설된 현재의 인프라로는 대응이 안 된다. 도시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고향은 살고 싶은 곳,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투자하고 싶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 연어가 친구까지 데리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다른 도시, 다른 지역보다 더 나은 점을 발굴해야 경쟁우위에 있을 수 있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고향의 어르신과 선후배들을 비롯한 많은 인연으로부터 과분하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생각해보면 스치는 바람까지 감사해야 할 대상들이다. 나의 첫 번째 연어는 정무부지사였다. 고향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을 했기에 보람도 컸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 새만금 공항 등 인프라확충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어서 행복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면 된다는 봉산개도(逢山開道)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이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삶의 방식이다.
내 육신과 정신의 고향 익산은 또 어떠한가? 유구한 역사와 문화, 황토 내음 나는 산들강과 좋은 사람들이 늘 한결같이 살아가고 있는 정겨운 곳이다.
이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진 두 번째 연어를 꿈꾸고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고향 시민, 미래세대와 함께 말이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관장
△최정호 관장은 행정고시(28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차관,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