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길

조혜전

명료하다

치마폭을 휘감고 질끈 동여맸던

어머니 허리끈 같은 길이 있다

 

한끝은 한산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한끝은 번잡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풀어놓은 허리끈만 한 그 길을

오가면서 나는 자랐다

 

동쪽으로 줄레줄레 걸어가면

먼지 폴폴 날리는 길

서쪽으로 달려가면 시꺼멍 아스팔트

찰지게 깔려 있는 길

 

지금껏 양극을 오가며 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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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허리끈 같은 길”은 어떤 길일까. “양극을 오가며 산다”라는 화자의 생이 그림처럼 보인다. 꽃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먼지 폴폴 날리는 길”을 오가며 생을 이어가는 화자의 곱디고운 땀방울에서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 길이 곧 삶일 터. 분명 꽃길은 아름다워서 아픈 영혼을 위로해 줄 것 같았는데, 꽃의 무게에 눌리며 사는 또 다른 생명의 비명이 들릴 때가 있다. 허리끈 같은 단단한 언어들이 힘겨운 화자를 오가며 “길”을 터주고 있다. 마치 상처를 치유하듯 시가 외로움을 만나러 왔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