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실직失職

이내빈

남루하게 구겨진 비닐봉투가

검은 창자를 드러낸 채

 

나뭇가지에 갇혀

왕바람에 울고 있다

 

버려져

환지통에 신음하는

비닐봉투

 

등을 돌린 주인들의 누린내 나는 배려로

세상 변두리 어딘가에서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밥을 위해 방황하는 울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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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떨리는 ‘실직’이란 단어. 험난한 바위에 올라 시퍼런 파도가 고함을 지르는 공포의 유혹. 그래서 시인은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이미 없는 수족에 아픔을 느끼는 현상을 떠올렸다. “나뭇가지에 갇혀/왕바람에 울고” 있는 실직자의 통곡이 귀에 쟁쟁하다. 그래,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게지. 실직자의 처참한 모습이 온종일 날 우울하게 만든다. 시가 가슴 한쪽을 찌른다.‘실직’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구겨진 비닐봉투‘로 환유되었을까.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