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

조르주 브리크 - '에스타크의 집'(1908)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최고의 스승으로 남아있는 고 이남규 선생님의 말씀이었던 것 같다. 정식 강의 시간이었는지 밤에 이루어지는 특강이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어느 일본인 철학자의 이아기다. 오래 된데다 메모를 해놓지 않아서 기억에만 의존할 때 가장 답답하다. 아무튼 그철학자의 과제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이미 죽은 사람들, 그래서 객관적 비교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다.

우선 직업별로 분류를 해나가는데 그 당시에 2만개의 직업을 분류했었다니 치밀한 연구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물론 정치가, 군인 순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야 예술가들을, 그가 평소에 좋아했던 음악가부터 시작하여 그에게 내심 혐오 집단인 화가까지 연구하다가 무릎을 치며 희열에 몸을 떨었다. 화가들이었다. 그들은 쉬지 않고 뭔가를 창조하는 작은 신(small god)들 이었다.

이제는 화가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당시에 피카소는 거의 신격화 되어 있었다. 입체파 운동의 발명자였는데, 당시의 거의 모든 화가들에게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고 그리게 했던 사람, 친구인 모딜리아니에게 마저도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봐야한단 말이지?’ 라며 인정하게 했던 피카소, 생애에 일곱 번의 결혼을 해낸 사내, 그림이 일곱 번이나 변하는 것이 가능했던 종합 예술가’ 피카소를 제치고 동시대에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조르쥬 브락크를 선정했다.

드디어 16년만에 이루어지는 연구의 완성을 위하여 프랑스로 건너 가 브락크를 만나야 했다. 그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니 그의 부인이 나왔고 찾아 온 이유를 말하자 부인은 브락크에게 전달했으며 그에게서 30분을 약속받아 왔다. 조금 있다가 조그만 노인이 수건에 손을 닦으며 나와선 ‘일본에는 선禪이라는 것이 있다죠? 그럼 괜히 오셨네요’ 라면서 단 몇 초 만에 다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브라크는 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길’에 관한 두 사람의 어록을 살펴보자. 먼저 피카소는 ‘나는 길을 가되 있는 길을 다 가보고 싶다’ 이었고, 브락크는 ‘나는 길을 가되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 봐야겠다’ 이었으니 어떤 길을 갈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