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눈물을 기억하십니까?

한기대 (사)행복만들기 중앙회 전북공동 대표·남원시지부 회장

한기대 (사)행복만들기 중앙회 전북공동 대표·남원시지부 회장

반세기가 넘도록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멀쩡한 기업 하나가 무너져 내린 지 석 달이 되었습니다.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고 고령의 회장이 직접 나서서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지만, 반응은 싸늘했고, 마침내 총수 일가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고 57년 오너 경영의 마침표를 찍게 된 남양유업 얘기입니다.

남양유업은 우리나라 분유 업계의 독보적인 1위 기업이었습니다. 춥고 배고팠던 1960년대 중반, 전쟁의 상혼을 극복하고 국토재건에 온 국민이 땀 흘리는 시절, 우유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가루로 만들어진 분유는 배고픈 아이들의 영양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편리성이나 효용성에서도 국민 모두에게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옛날 징기스칸의 병사들이 분유를 처음 만들어 먹으면서 세계를 호령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튼튼이로 성장하면서 분유 사업도 날로 번창했습니다.

그런데 국민과 함께 성장했던 이 분유 회사에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하고 직원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되어 갑질 기업의 대명사가 되더니, 우유의 특정 성분 함량을 과대광고하고 경쟁사의 제품을 유해성분인 것처럼 비방하는 비도덕적 판촉 활동으로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손가락질을 자초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최근엔 자사의 대표상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발표하여 주가를 폭등시키는 사실상의 주가조작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불가리스의 원조가 되는 불가리아라는 국가의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를 확인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거짓 선동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에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마침내 남양유업은 사모펀드의 먹잇감으로 팔려 나가는 수모를 당한 것입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는 선량들을 전 국민이 지켜보고 가려낼 것입니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익을 위해서만 휘두르지 않았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자기가 속한 특정 정치집단을 위해서 상대조직에 갑질을 일삼고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지 않았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공약 하나하나가 근거 있는 주장인지, 순간의 인기에 영합하는 거짓 선동인지 가려낼 것입니다.

우리는 촛불 혁명으로 민주 정부를 만들어 낸 저력 있는 국민입니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지도자들은 남양유업의 후회와 한탄의 눈물의 주인공이 본인이 될 수 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