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개발청이 크고 작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정부 이후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자치단체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빈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찔끔 예산과 터덕 공사로 개발이 늦어지면서 도민들에게 소외와 실망을 안겼던 새만금이 이제야 용틀임을 하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 새만금개발청이 있기에 민원 창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김제시의원들이 최근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준배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지난 달에도 이들은 관할권 문제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10만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군산에서도 신영대 의원과 강임준 시장이 앞장서 개발청의 독단적 사업철회를 촉구하며 시민 감정을 자극했다. 시민단체들도 이에 가세하며 수상 태양광 설치에 따른 기득권을 보장해 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만금과 접해 있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의 지역이기주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 3개 자치단체 갈등과 대립은 내부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5년여 만에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1·2호 방조제 관할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는 자기중심적 편향 논리를 앞세워 사사건건 충돌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수변도시 건설과 태양광 쿼터제 논란이 그 것이다.
자치단체의 이같은 과도한 움직임에 내년 선거를 앞둔 단체장·의원들의 속셈이 반영된 결과라고 의심한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들 입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 그간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산이다. 그뿐 아니라 국면 전환용 물타기를 통해 정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까지 엿보인다. 지역 현안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 여론을 호도한다고 시선이 곱지않다. 어쨌거나 새만금은 전북 차원에서 다뤄야 할 현안이다. 소아병적인 지역 자치단체 이권 놀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국적 견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지난 달에는 송 지사를 포함해 이들 3개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새만금권역 행정협의회가 출범했다. 얽히고 설킨 현안을 이 곳에서 용강로처럼 녹여 상생 합의를 도출하자는 취지다. 보름 만에 첫 결실로 수상태양광 배분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해결됐다. 이후 새만금 해결사로서의 부푼 기대를 가졌으나 박준배 시장이 다시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래전부터 이런 자치단체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까닭이다.
새만금은 전북에 있어 꿈과 희망을, 미래를 내다보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설립 5년 만인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이전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새만금이 아닌 지역에서 5년간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새만금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간접적으로 투영됐다. 우리끼리 티격태격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