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석님, 청와대 유튜브랑 국민청원 잘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이웃이 건넨 인사말이다. 21대 총선에서 성남 중원구로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일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를 ‘청와대 수석’ 으로 아는 분들이 많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청와대 수석 윤영찬’ 으로서의 시절이 내 인생을 대표할 것이라는 걸 깨달을 때 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공직’을 맡는 것은 역시 보통 일이 아니다.
때문에 나로서는 야권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매우 유감스럽다.
우리 정부 최우선 과제인 검찰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라고 임명했던 윤석열 전 총장.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반발하는 희대의 항명을 저질렀고 공평무사해야 할 수사권을 검사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사용했다. 그의 주변인들이 ‘윤석열 사단’ 으로 불린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자격시비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랬던 그가 ‘공정’과 ‘정의’를 말하며 자신의 가족에게 제기된 수많은 혐의와 의혹들에 대해서는 한 점 티 없다 반발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원자력은 하나님의 확신”,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라는 발언은 기본 소양을 의심케 했고 강압적으로 추진했던 월성 원전 안정성 감사로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저버렸다.
두 사람 모두 남다른 가족사와 부친의 이력을 앞세우며 명문가의 일원임을 자부하는 것도 기묘한 공통점이다. 얼마 전 까지 이 정부의 임명직이었던 이들이 며칠 전의 자신을 통째로 부정하면서. 너무도 어색하고, 또 기이한 모습이다.
우리 행정부에서 검찰총장은 2년, 감사원장은 4년(중임 가능) 의 임기와 업무의 독립성을 법으로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이는 도덕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국민과 공직자를 공평무사하게 수사, 감독하라 민주주의 원칙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최재형 두 사람은 그 모든 원칙을 저버렸다. 정치적 중립을 가장 철두철미하게 지켜야할 두 기관의 수장이 임기도 마치지 않은 채 정치의 영역으로 뛰어들며 자신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던 대통령을 모욕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준 전직을 발판삼아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다. 한 편의 기막힌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공직을 꿈꾸며 ‘어떻게 하면 그 자리에 갈 수 있느냐’ 고 묻는다. 그 전에 그 자리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묻고 싶다. 각오가 되어 있는지도 문제다. 입신양명만을 위해 뛰어들기에 공직은 너무나 무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자신의 인생은 물론 수많은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며 길던 짧던 공직의 시기에 내린 결정들은 그 이름 앞에 평생 따라다닐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윤석열, 최재형은 과연 어떤 수식어로 기록되고 기억될까. 그것도 결국 주권자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다. /윤영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성남시중원구)
△윤영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분과 간사와 제21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