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가정법원을 설치하라

이형구(전북법무사회 회장 · 법학박사)

이형구(전북법무사회 회장 · 법학박사)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①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헌법상의 권리와 인간존엄성을 토대로 행복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창하게 헌법까지 들먹이며 화두를 던지는 것은 최근에 도내에 가정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각되어 한 층 고무된 탓이기도 하지만 법원이라는 직장을 평생직으로 근무하면서 수 십년동안 잠재적으로 꼭 필요로 하는 국민 사법서비스의 개선 분야임을 체감한 탓이 아닌가 싶다.

도민들에게 사법서비스가 제공된 때는 언제부터일까? 기록을 확인하여 보니 대한제국시설인 1895년 5월 10일에 전주재판소가 설립되어 사법부의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이름인 전주지방법원으로 명칭이 바뀐 것은 불행하게 1922년 7. 1. 조선총독부 시절이다.

하여튼 지금으로부터 126년 전에 이 지역에 법 앞에 평등하게 재판을 받을 장소인 재판소가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일반상식으로 법원은 재판을 하는 곳이며 대부분 두 패로 나누어진 원고와 피고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다. 민사와 형사 재판이 대부분이었으나 세월이 갈수록 가정사의 분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법원은 가사사건으로 분류하고 담당재판부가 늘어나고 있다.

한 나라의 사회적 구성원의 기초는 가정이다. 그래서 가정의 평화가 곧 사회의 평화이며 그 평화가 모여 국가의 안녕질서를 이루는 것이 변고 없는 진리이다. 필요한 듯하여 유럽의 제 국가 특히 프랑스의 가정법원 설립 근간을 집어보면 이미 이들은 가정이라는 구성원들이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히 인식하고 부부나 한 가정의 프라이버시 성격이 강한 내용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데 독립된 가정법원을 설치하여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정법원을 신축할 때는 건물의 구조와 형태는 물론 내부의 시설과 건물 주변의 환경까지도 세심하게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북은 126년간의 재판소 역사가 있는데도 아직도 프랑스와 같은 가정법원은 아닐지라도 재판의 질이 전혀 다른 재산권 분쟁의 아귀다툼인 민사재판이나 흉악법이 포승줄에 줄줄이 묶여가는 형사법정 곁에서 어린 아이를 안고 온 부부를 법정에 세우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정법원 설치 통계를 살펴보니 전북, 충북, 강원, 제주지역이 아직 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아니하였다고 한다.

굳이 비교를 하여 보자면 전주지방법원에 접수된 가사사건이 대법원 통계자료에서 최근 10년간 1만 7,329건이라고 한다(2010~2019년). 이 통계숫자라면 이미 수년전에 가정법원이 설치된 울산가정법원보다 사건수가 월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재판 받을 평등 마쳐도 차별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들어 이 지역 일부 법률가를 비롯하여 정치권에서 가정법원 설치를 위하여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발의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라도 우리 도민들이 양질적인 사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시대적 사명이니 정부는 사법제도에도 국가의 온전한 균형발전을 위하여 어느 지역 소외 됨 없이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 이 지역에 법원이 들어온지 12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반듯한 가정법원 하나 없어서야 되겠는가. /이형구(전북법무사회 회장 ·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