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넷플릭스에서 ‘킹덤-아신전’이 개봉했다. 킹덤 시즌 1과 2는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전염과 확산’이라는 코드로 코로나-19라는 현실과 맞물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편은 시즌 1과 2의 전사(前史)로 생사초의 비밀과 조선에 거주하는 여진인 아신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킹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나오는 용어를 알아야 하지만,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성저야인과 번호부락, 폐사군, 추파진, 파저위 등 한국사 전공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역사 용어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공자들에게도 생소한 용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작품 사이의 괴리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큰 흥미를 가졌다.
필자는 폐사군과 여진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 주제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구 성과도 많지 않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며, 관련 용어가 학계에서 자주 쓰이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덤-아신전’을 보며 전공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독창적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OTT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지역은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북은 충분한 매력을 가진 땅이다. 자타가 공인하듯 역사문화와 관련된 많은 스토리를 확보하고 있고, 이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자산이다. 잘 알려진 것 만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이 많다.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내려와 지금의 익산 금마 지역에 나라를 세웠고, 이것이 마한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 서동과 선화공주. 견훤의 후백제 건국과 강성함. 조선 왕조의 발상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동학농민혁명 등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것은 훨씬 더 많다. ‘킹덤-아신전’을 예로 들면, 그 배경이 되는 추파진에서 근무한 군산 출신의 최호 장군과 연관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580년에 추파진 만호로 부임하여 약 1년간 근무하였다. 이후에도 함경북도 방원보 만호로 근무할 때 ‘니탕개의 난’으로부터 임지를 보호한 공으로 무려 세 품계를 올렸다. 또한, ‘킹덤-아신전’의 시대인 임진왜란기에는 함경남도 도절제사(현재의 사단장)로 부임하여 압록강변 가을파지보(현재의 김정숙군)에 시장을 열어 여진인과 평화 교역의 계기를 마련하며 지역민의 칭송을 들었다. 군산은 일찍부터 최호를 기리기 위해 사당을 만들었고, 지난 2015년부터 35사단 제9585부대 1대대를 최호대대로 명명하였다.
이처럼 전북은 잘 알려진 것부터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가 있다. 어쩌면 이러한 콘텐츠들은 ‘킹덤’처럼 각별한 계기로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가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 순간에 지역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지만, 적시에 진행하기 위해 역사문화에 대한 묵묵한 지원과 심도 있는 기초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활용만 강조한다면 자칫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가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면 언젠가 개봉될 전북의 ‘킹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