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대기줄이 길어지길 바라며

이재랑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이재랑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7월초 전주 시내 식당을 당일에 예약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식당 앞에서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출근길에 신호를 두 세 번 받아야 마전교를 넘어 진북터널까지 갈 수 있었다. 코로나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전북지역 경제가 점차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경제지표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제조업의 회복이 눈에 들어왔다. 전북의 제조업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로 2/4분기에 12.4% 증가했다. 특히 화학제품과 1차 금속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1% 감소하였던 화학제품 생산은 올해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2/4분기에만 26.7% 증가했다. 방역활동 강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가구, 가전의 수요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원재료인 합성수지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이다. 철강을 포함한 1차 금속의 생산은 2/4분기에 전북에서 무려 46.6% 증가했다.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었고 자동차의 주요 재료인 철강 생산도 증가했다. 중국정부가 수출환급세를 폐지하면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요인도 있다.

소비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도 양호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한동안 장기평균을 밑돌던 전북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5월 이후 장기평균치인 100을 넘었다. 소비자 심리가 기준값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2/4분기 대형소매점의 방문객 수도 전분기보다 늘어났으며 외식 및 숙박업 등도 가족 단위의 개별관광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도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10.6% 감소했던 전북지역 수출은 올해 1~6월 중 전년동기대비 36.9%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합성수지, 건설광산기계 수출이 증가했고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동제품의 수출도 늘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첫째로 코로나 4차 유행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델타 변이가 퍼지고 있고 백신 접종을 마쳐도 돌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의 어려움이 가중될까 걱정된다. 벌써 코로나의 영향이 보인다. 전국기준으로 보면 7월 둘째 주부터 음식, 숙박, 여행업에서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첫째 주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 우려로 7월 전북의 소비자 심리지수도 지난달보다 조금 하락했다.

다음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까지 갔던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반전했다. 7월 들어 국제유가 상승 추세가 주춤하는 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주 시내 휘발유 가격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최근 리터당 1600원대도 보인다.

한편 백신 개발소식 이후 회복세를 보여왔던 세계경제의 성장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 증가율이 둔화하자 중국이 최근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갑자기 0.5% 포인트 인하했다. 중국내 코로나 확산 소식도 있다. 미국의 성장엔진에도 잡음이 조금 들린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경제가 급성장하였는데 이제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델타변이가 나오면서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코로나,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라는 세 가지 고개를 수월하게 넘겼으면 좋겠다. 7월초보다 출근길이 수월하다. 당일 식당예약도 되고 대기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세 고개의 문제가 아니라 여름 휴가철의 영향이길 바란다. /이재랑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