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도입된 전주시 지역화폐 ‘전주사랑상품권’(일명 돼지카드)에 대한 호평과 불만이 함께 쏟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사용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되돌려 받는 사실상의 할인 혜택으로 소비를 늘리고 있고,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은 돼지카드 덕분에 적은 매출이나마 유지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할인받는 금액을 예산으로 대신 지원하는 전주시가 돼지카드의 월 발행액을 150억원, 1인당 충전 한도를 3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매월 초 충전을 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려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8월분 충전이 시작된 지난 2일 한꺼번에 많은 이용자들이 돼지카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원성을 샀다. 150억원의 발행액은 하루 만에 동이 났고 돼지카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충전하지 못했다.
돼지카드를 이용하는 전주시민은 7월말 현재 16만4000여명에 달한다. 1인당 30만원씩 충전할 경우 5만명 밖에 이용할 수 없다. 전체의 2/3가 넘는 돼지카드 소지자들이 한 달 동안 사용도 못하는 카드를 들고다녀야 하는 셈이다. 전주시의 예산 부족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주시는 돼지카드 도입 초기 이용자 확대를 위해 1인당 충전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100만원, 캐시백을 10%에서 20%로 상향하는 파격적 혜택을 주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후 가입자가 급증하자 지난 3월 1인당 충전 한도를 50만원으로 환원한데 이어 4월부터는 30만원으로 낮췄다. 6월부터는 월 발행액을 150억원으로 제한했다. 이후 매월 초 충전을 하려는 이용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불편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주시는 동시 접속자 확대를 위한 플랫폼 구축과 서버 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시스템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접속 편의가 향상되면 충전금액 소진 시간만 단축될 뿐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전주시는 돼지카드에 대한 긍정적 평가만으로 전주사랑상품권의 흥행 성공을 오판해선 안된다. 예산 증액과 충전 한도 인하 등 다각적인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