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방선거 경선, 정의롭고 공정한 경선은 불가능한가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코로나 펜더믹 상황이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과 의료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늘어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코로나 펜더믹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 종목 중에서 유독 양궁이 수십 년 동안 고른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철저히 선발전 결과로만 국가대표 선수를 뽑고 과학적인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선수 선발의 과정에 대해 그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한다. 과거의 출신이나 경력, 이전 대회의 성적은 의미가 없다. 금메달리스트들도 아무런 기득권이 없다. 올림픽 때마다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이 교체된다. 특이한 것은 선발전을 뚫고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신인 선수가 부담감이 큰 선배들을 제치고 당차게 경기에 임해 개인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곤 한다는 것이다.

내년도에 있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경선 과정을 비교해본다.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여 결정한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게 보인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권리당원 모집의 동원과 대납을 비롯한 부적격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관심도 거의 없는 분위기에서 3분 이상이 걸리는 여론조사에 일반 시민이 끝까지 전화응답을 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권리당원과 핵심 지지자들을 조직, 독려하여 여론조사 기간에 전화 응답 대기를 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기간 전화 응답률은 평상시와 엄청 차이가 난다. 또한 권리당원은 당원임을 속이며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도 응할 수 있고 충성도가 높아 전화만 오면 100% 응답한다. 이런 경선은 기존 현역 정치인처럼 일상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며 지역 사회의 각종 이해 집단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학연. 혈연. 지연에 뿌리박고 있는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것이다. 안전장치도 있다. 면접을 통해 경선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관계로 영향력을 행사해 ‘사전 컷오프’로 유력한 경쟁 후보를 아예 배제해 버리기도 한다. 당 활동을 오래 하여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존 현역 정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박근혜 탄핵, 최순실 국정 농단과 딸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과 정의’이다. 문제는 ‘공정과 정의’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공정과 정의를 수십 년 동안 외친 민주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내로남불이 일상이고 호남에서는 수십 년간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여 문제가 있는 경선 방식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호남을 떠나 전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민주당 권리당원 경선은 봉건적 유제로서 희미해져 가던 학연. 혈연. 지연을 도리어 강하게 부활시켰다, 권리당원 모집의 유용한 기초 단위이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의 ‘갑’들이 생존권을 무기로 ‘을’을 통해 당원을 모집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다. 불법인데 공공영역도 암암리에 당원 모집에 적극적이다. 논공행상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과 정의와는 거리가 먼 경선 제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금력도 없고 낡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정치신인들은 설자리가 없다. 출마를 고민하는 정치신인이나 여성. 청년에게 “아서라! 말아라! 들러리 서지 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