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표

이성수 수필가

이성수 수필가

이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름은 빛나고 어떤 이름은 오명이 된다. 생각할수록 신통하다. 그 연원이 분명히 있고 이름 뒤에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이 중에 꼬리표는 살면서 항상 멍에가 된다.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제약을 받는다.

젊은 날에는 살기에 바빠 이런 꼬리표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뒤돌아보게 된다. 사람이라면 좋은 소리를 듣고 살기를 원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있다. 생물의 생존경쟁의 결과를 위미하는 말로 환경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우월해 보이려는 자존감이 있다. 내가 만들지는 않아도 남들이 평소 행동을 보고 붙여준 꼬리표를 말한다. 꼬리표는 나를 어떻게 불러주는냐에 따라 두 가지가 있다.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주관을 지키며 가슴이 뜨거운 의리를 가진 긍정적 꼬리표와 융통성 없고 말이 많으며 따지기 좋아하고 인색한 부정적인 꼬리표다.

그동안 우리가 만난 사람글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살면서 욕먹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남을 욕하기는 쉬워도 상대를 존경하는 일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 존경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을 눈여겨 본다.

테니스 모임의 연장자 백 교장은 몇년 째 기부를 하고 계신다. 그의 배려하는 마음은 삶의 존재가치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한다. 그에게 선물을 받을 때면 괜히 마음이 흐믓해진다. 우리와 맺어진 정이 15년이 넘는데 선생님은 회원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선물을 한 아름씩 주기도 한다. 그리고 올해는 집에 초대해서 퀴즈, 게임을 통해 상호관계를 도탑게 한다. 말은 쉬워도 실천은 쉽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각자 나름의 품격이 있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가진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사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는 존경을 받고 하직한 사람들이 많다. 빈손으로 떠난 김수한 추기경, 한 줌의 재를 남긴 성철 스님 등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빛나는 삶이 있기에 오늘의 세상이 있는 것 같다.

살면서 항상 관용과 포용을 베풀고 오늘을 정직하게 살며 내일은 신뢰를 기다리자.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자.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 행동을 눈여겨 보며 덕을 가늠한다. 내가 만들지 않은 꼬리표지만 분명 내 이름과 함께 항상 뒤따라 다닌다. 한 번 붙은 꼬리표는 지우개로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기왕이면 세상에 태어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멋진 꼬리표를 남겨봄직도 하다.

좋은 품성은 세속적인 소유물보다 더 귀하며, 그것을 형성하는 일은 사람이 종사할 수 있는일 중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다. /이성수 수필가

▲이성수 수필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하고 <대한문학> 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은빛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플을 동해서 정화된 사회 가꾸기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