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라퐁텐이 한 말이다.
우리는 ‘모든 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길은 무엇인가? 소통이다. 의식주는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필수조건이다. 이것만으로 과연 우리가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행(行)이 추가되어야 온전하고 활발한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즉 의식주행이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이다. 행은 이동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통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물류, 정보가 거미줄같이 잘 연결되어 오고 간다는 것이다.
로마가도는 기원전 312년에 만든 아피아가도(Via Appia)를 포함하는 8만km에 달하는 신문명의 보급로였다. 로마를 시작해 유럽, 아시아에 연결되는 이 연결망이 있었기에 로마제국이 가능했다. 이 도로들은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었다. 산이 있으면 뚫어서 길을 낸다는 봉산개도(逢山開道)이다. 당시 다른 나라보다 문명적으로 후발주자였던 로마는 이 길을 통해 그리스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서구 문명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신로마가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는 무엇보다도 빠른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고속도로, 고속철도, 항공망이 갖춰져야 한다. 물론 간선도로와 연결되는 실핏줄 지선 교통망 역시 필요하다.
둘째는 사람뿐만 아니라 물류가 원활해야 한다. 로마가도는 빠른 군사적 이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도를 통해 물자가 오고 갔다. 로마 가도는 로마인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염전지 역과 로마를 연결하는 살라리아(Via Salaria)가도가 건설되었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 선생은 중국을 다녀와서 이렇게 설파했다. 당시 중국경제가 우리보다 앞선 이유는 당시의 교통수단인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어서 물자의 유통이 쉬웠던 점이라고. 대영제국도 해상교통의 발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류가 없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제약을 받게 된다.
셋째는 개방성이다. 기원전 3세기, 지구의 동쪽과 서쪽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시작했다. 동쪽은 만리장성, 서쪽은 로마 가도가 바로 그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을 것인가? 로마가도를 만들 것인가? 하나는 수성이고 다른 하나는 공격이다. 지키기만 하고 문을 닫아 놓으면 한마디로 망한다. 로마가도는 외세의 침략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진취적인 생각으로 본다면 우리가 뻗어나갈 수 있는 황금로가 될 수 있다.
넷째는 사통팔달이다. 말같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우리 고향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방법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빠르게 그리고 쉽게 오갈 수 있을 때 사람도 모이고 기업도 들어오게 된다. 대학도 살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우리 고향은 그런 점에서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만 이대로는 한참 부족하다. 남북방향 중심인 철도망도 확충해야 하지만 단절된 동서축을 봉산개도해야 한다. 철도역사도 대대적인 확충과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 도로망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부내륙고속도로도 완공 시기를 당겨야 한다. 새만금 공항과도 항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도심 항공 서비스(UAM)가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날 제공될 것이다. 이를 통해 전북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핵심 거점, 세계를 연결하는 교통망으로 거듭나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로마인들도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었고, 중국인들도 로마가도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신로마가도를 만들어 떠나는 도시를 모이는 도시로 만들어 보자.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최정호 전 차관은 1958년에 익산에서 태어났다. 행정고시(28회)를 거쳐, 국토교통부 차관,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국립항공박물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