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갑질’을 제보한 도내 업체 ㈜신화의 윤형철 대표(48). 지난 2015년부터 이어온 대기업 롯데쇼핑과의 법적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상 최대 과징금인 408억 2300만 원 부과를 끌어냈고,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징수한 과징금의 50%를 재원으로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을 골자로 하는 ‘불공정거래 등 피해자 지원기금법’ 발의가 이뤄졌다. 최근 전북도에서는 ‘갑질 예방 및 피해자 재개 지원 조례’ 제정도 이뤄졌다.
세간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골리앗을 이긴 다윗으로 평가하지만, 윤 대표는 “제도적인 한계는 여전하고, 피해 업체는 여전히 고사 위기”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도 “최종 판결과 실제 보상까지 앞으로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이겨내는 선례를 꼭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행정소송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시간 끌며 업체를 고사시키는 것이 대기업 갑질 대응의 핵심”이라면서 “(저희처럼)100억 원 넘게 손해 본 업체들이 7~8년, 혹은 10년을 버틸 수 있겠나. 절대 못 버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물품비와 인건비, 컨설팅 비용 전가 등 완벽하게 확인된 사안을 입증하는 것도 7년이나 걸렸다”며 “대부분의 업체가 이 과정에서 거의 포기하게 된다. 기업도 어려운 상황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대기업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석연치 않은 연속된 세무조사와 식약처 단속 등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기에는 혹독한 시기도 보냈다. 믿었던 직원들도 대기업에 회유돼 각을 세우는 암담한 상황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2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판사 이승주)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408억여 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 이후 갑질을 당한 업체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는 윤 대표는 “사건이 알려짐으로써 예방할 수 있고, 피해를 줄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법정 다툼에서 승소해도, 이미 피해를 입은 업체는 고사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대기업에 맞서는 순간부터 예상한 일이었지만, 대기업과 싸움을 벌이는 동안 회사는 벼랑 끝에 몰렸다. 윤 대표의 업체는 2016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때 600억 원이 넘었던 매출액은 180억 원으로 줄었고, 140명이 넘던 직원 수도 10명 남짓으로 줄었다.
시급한 문제가 바로 피해 업체의 고사를 막고, 숨통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이다.
과징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현행법에 따라 과징금에 따른 지원은 기대할 수 없지만, 최근 발의된 법안 통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또한, 이날 도의회를 방문해 최근 제정된 조례에 따른 지원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북도에서는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횡포에 피해 보지 않도록 갑질 예방책을 세워 추진토록 하고, 피해자들에 대해선 경영안정자금 융자나 법률 지원 등을 통해 신속한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북도가 당초 계획했던 융자 가능한 금액과 피해 업체가 필요한 금액이 10배가량 차이가 나고, 담당하는 부서도 소상공인 위주라 실제 지원까지는 막막한 상황이다.
윤 대표는 “기업 차원에서는 국회 법 통과 이전까지 버티기만 하면 희망이 보일 것 같다. 9부 능선은 넘겼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같다”면서 “이번 고비를 잘 넘기고, 전환점으로 삼아 다른 피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