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허공에 깃든 존재의 빛, 신념의 감각“

(주)여우난골 202 시인수첩 시인선 27번
전창윤 시인 시집 <달 칼라 현상소>
화가 출신 시인 시적 심상 언어로 빚어내

“해가 지면 남자는 달을 줍는다/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남자는/사진 박는 것이 직업이다/가로등 아래 골판지 달 맥주병 달/자전거에 싣고 온 달들을 둘둘 말아/마루에서 안방까지 차곡차곡 쌓았다/월식의 밤, 열일곱 살 딸이 집을 나가자/달 칼라 현상소 간판 붙이고 사진관을 열었다(‘달 칼라 현상소’일부)

진창윤 시인이 시집 <달 칼라 현상소> (여우난골)를 출간했다.

화가이기도 한 진 시인은 붓으로 백지에 이미지를 그려내듯 시적 심상을 언어로 빚어내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시인에게 종이는 세상을 담아내는 화폭이다.

표제작인 ‘달 칼라현상소’는 이런 시인의 성향을 오롯이 드러낸다. 이 시는 열일곱 딸이 집을 나간 이후 사진을 박는 것이 직업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그려진다. 남자는 자신이 본대로 달을 찍으려 하지만, 사진을 말릴 때마다 모습이 변해 본래 의도를 계속 벗어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붙들고 남기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김지윤 문학평론가는 “화가로 활동하다 오랜 습작기를 거쳐 등단한 진 시인은 사라지는 찰나의 시간을 잡아두려 하는 그림과 문학의 공통된 욕망이 만나는 자리를 알고 있는 듯하다”며 “그 자리에는 슬픔이 있지만, 상실에 대한 절망이나 무기력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끝’에 저항하는 슬픔”이라고 평가했다.

진창윤 시인 1964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