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바람에 젖는 길

조은희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

흐느적거리는 것들은

슬퍼 보여 더 아프다

 

산을 올려 보아도

들을 내려 보아도

풀어헤친 머리칼처럼

오매불망 눈 뜬 물고기처럼

잠을 잊고 휴식도 잊고

 

주저하지 말고 가자

느끼는 대로 가자

바람에 젖어 함께 가자

탁한 대지가 청명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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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이 “슬퍼 보”인다. 나뭇가지가 제힘으로 흔들리던가? 풀꽃들이 제 흥으로 비틀거리던가? “나뭇가지”나 “풀꽃”처럼 외적 환경에 의해 주체적 삶이 흔들린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인생이, 우리의 밥이, 그리고 우리의 신념이 매번 흔들린다면 세상은 위태롭고 슬플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바람과 함께 꿋꿋하게 가자 /김제김영 시인